"죽겠습니다. 인건비를 석달 동안 못 주고 회사도 도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보복이 두려워서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채널A와 계약을 맺은 방송미술제작 업체 대표의 말이다.

채널A가 방송미술제작 협력사에게 1~3개월치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협력사들이 거리로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업체들 사이에서는 채널A를 두고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갑의 일방적인 횡포'라며 험한 소리가 나돈다.

사단법인 한국영상미술진흥회에 따르면 채널A는 20여개 협력 업체 150여명의 직원들에게 인건비 등 제작 대금 30여억 원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채널A는 최근 1~2년 기간으로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계약 파기라는 보복이 두려워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대금 지급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여전히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은 채널A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부러 대금 지급을 지연하고, 미술제작비를 저가로 협의하려는 속셈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채널A 방송미술제작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12월 종편 개국 1~2개월 전부터 개국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는데 개국 이후 낮은 시청률로 인해 향후 제작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협력사들에 일방적으로 대금 지급 불가를 통보한 상태다.

업체들은 채널A가 인건비 등이 포함된  협력업체 전자계산서 발행을 승인해주고도 올해 1월분 미술제작비 2억여원 정도만 지급하고 2~3월분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영상미술진흥회 관계자는 "미술제작비의 상당부분이 인건비임을 감안한다면 협력사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행태로 인해 협력사들은 도산의 위기에 놓여 있으며, 계획적으로 궁지로 몰아 미술제작비를 저가로 협의하여 지급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동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언론사에서 할 행동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영상미술진흥회는 채널A 미수금(임대료) 내용이 포함된 거래처 원장과 미술제작비, 용역관리비 미수금 현황 자료, 채널A와 업체가 맺은 용역, 소품, 임대료 등 각종 계약 약정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한 계약서에 따르면 채널A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용역을 맺어 연간 25억 원을 12개월로 나눠 월 2억여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의 경우 3월분 임대료를 포함한 대금을 받지 못하고 채널A로부터 오는 5월까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채널A가 독점해 인천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B업체는 방송시스템과 기타 부대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약 10억 원 정도의 비용을 들였지만 1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당해 보증금은 물론 한달 1억원이 들어가는 임대료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업체 측은 "채널A의 일방적인 통지로 계약기간이 만료도 안 된 상황에서 스튜디오를 철수하게 되었으며 스튜디오 임대비 또한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영상미술진흥회는 특히 "미술제작비 지급은 할 수 없으며, 혹 지급을 하더라도 언제할지 모르겠다. 미술제작비 지급이 안돼서 채널A와 일은 안하더라도 대체할 업체들은 많다"는 채널A 편성 제작 관계자의 말을 소개하면서 채널A의 횡포를 비판했다.

이에 채널A 기획홍보팀 관계자는 "저희가 볼 때 사실과 다른 얘기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사실확인 요청에 "여기에 대한 주장은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거부했다. 채널A 제작팀 관계자 역시 상황 설명을 듣고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정확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협력업체들은 1일 거리 시위를 준비 중이다. "채널A는 도덕성과 기업 윤리는 눈곱만큼도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채널A 사옥과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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