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의 ‘압박’을 받아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드라마 <한반도>에 수억 원의 협찬을 했다고 폭로했다.

전기신문 9일자 온라인 기사<발전6사 종편드라마에 거액 협찬>와 칼럼<드라마 협찬과 권언유착>을 종합하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6개 발전자회사는 TV조선의 24부작 월화드라마인 <한반도>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3~4차례에 걸쳐 각사 당 협찬금 4000만원씩 총2억4000만 원의 협찬금을 분납하기로 결정했고, 일부 회사는 1차 협찬금 800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ㄱ 발전사 관계자는 “지난해 어느 정치인이 발전회사 임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며 “이때 해당 정치인이 ‘새로 방영될 드라마(한반도)가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만큼 발전회사들이 대국민 인지도 개선 차원에서 협찬을 검토해 달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신문은 “국정감사라는 ‘칼자루’ 를 쥐고 있는 정치인이 이렇게 제의”했다고 밝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발전사측은 사실상 정치권의 ‘압박’을 받아 원치 않은 협찬을 했다고 밝혔다. ㄴ 발전사 관계자는 “사실상 자발적으로 협찬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드라마 시청률이 높은 것도 아니라 (대국민 인지도 개선 등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기신문은 “문제는 이 같은 협찬결정을 발전6사가 ‘순수하게’ 자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어느 정치인이 발전사 임원들에게 협찬을 권유했다’는 증언이 취재과정에서 한결 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말이 좋아 권유지, 공기업 임원들에겐 사실상 통보이자 명령하달”이라며 “아마도 발전사 임직원들은 ‘정치인이 칼을 휘두르고, 조선일보가 긁어버리면 우리 회사는 만신창이가 된다’는 위기감을 먼저 가졌을 게다”라고 덧붙였다.

종편 출범과 맞물려 부당한 광고 압박이 우려됐던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나서서 공기업에 협찬을 사실상 강요한 것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국회의원 이외에도 다른 정치인들도 이 같은 ‘압박’을 했을 가능성도 있고, TV조선 이외의 다른 종편 프로그램도 광고나 협찬을 강요했을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보도가 나온 뒤 이들 발전자회사 임원들 일부는 현재 전화기가 꺼져 있었고, 일부 임원들은 "국회의원과 만난 적 없다", "전혀 모른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한편, <한반도>는 TV조선이 4년을 기획, 준비해 만든 개국 특집 드라마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제작비 마련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지난 6일부터 예정보다 늦게 전파를 탄 작품이다. 한반도의 제작비는 현재까지 1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TV 조선 프로그램 마케팅팀에 따르면 제작 완료 시점까지 50억원 정도가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한반도>의 첫 방송의 전국가구 시청률은 1.20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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