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광고의 원조는 ‘영화’다. 영화 속 협찬, 간접광고는 1954년 영화 '밀드레드 피어스’에서 주인공 조안 크로포드가 잭 다니엘을 마시는 장면이 의도적으로 나오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제작사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비용을 마련해야 하고, 광고주 시각에서는 나이·성 등 관객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속 광고는 어느새 관행처럼 정착돼 이제 관객의 몰입을 크게 방해하지 않게 됐다.

정작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스크린광고다.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볼 때 관객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15분 동안 기업상품과 극장 에티켓을 결합한 광고, 서너 편의 영화예고편을 봐야 한다. 심지어 광고에 집중하라며 불까지 꺼준다. 영화의 내용이 담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이제 나가라’는 조명이 들어오는 것과 비교된다.

역설적이게도 상영시간 이후에 나오는 스크린광고는 관객들의 요청으로 생겼다. 주차문제로 영화시작 시간을 맞추지 못한 관객들이 출입 시간을 여유 있게 달라는 얘기로 에티켓 광고가 만들어졌다. 이후 광고주들이 에티켓 광고를 함께 만들자고 요청했고 이게 지금의 우리가 보는 스크린광고가 됐다. 10여 분은 비상대피로 안내, 기업 홍보와 극장 에티켓을 결합한 콜라보레이션 광고, 영화 예고편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대피시설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지만 왜 돈을 내고 광고를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이를 규제하는 제도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스크린 광고의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2009년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이 본 영화 시작 시간을 명시하라는 취지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영화진흥법)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관객의 영화감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 상영시간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영화 상영시간 이후에는 광고상영을 제한해 △관람객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상업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시 법안을 준비한 이준우 보좌관은 “돈을 내고 광고를 보는 영화 관객들의 불만을 법안에 담았다”며 “광고시간을 뺀 영화시간을 명시하라는 게 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 민생법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3년 넘게 계류 중이다. 회기 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자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스크린광고를 규제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이용신 문광부 사무관은 “개별법이냐, 영화진흥법이냐는 입법 논란이 있긴 하지만 소비자보호법 등을 모두 고려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객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극장 측은 난감한 상황이다. 티켓 판매 수입만으로는 극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2000년대 중반부터 극장은 적자로 돌아섰다. 멀티플렉스 CGV 관계자에 따르면 스크린광고 수입은 전체 매출의 8~9% 수준이고 티켓 매출 수익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적자보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고를 ‘미디어가 광고주에게 수용자를 파는 행위’로 이해한다면 관객은 암전된 뒤 10여 분 동안 우리는 광고주의 ‘고객님’이 된다. ‘보고 싶지 않으면 자리를 피하라’는 반론도 있지만 근거는 빈약하다. 관객이 광고가 끝난 뒤 입장해 어둠을 해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라는 얘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또 극장에 입장해 영화를 감상할 준비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관객은 어쩔 수 없이 광고에 노출된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특히 스크린광고는 폐쇄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과 집중도가 가장 높은 광고라는 점에서 광고주와 극장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최근 극장은 영화산업의 위축을 이유로 광고횟수 및 광고시간을 늘리고 있다. 경영 상 손해를 관객에게 지우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객의 눈과 귀가 점점 더 많은 곳에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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