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그날의 CCTV’는 개인정보인가 인권침해인가
‘그날의 CCTV’는 개인정보인가 인권침해인가
피의자 인권 침해 정황 담긴 영상 제보자‧KBS 기자 고소해 각각 기소‧불기소 의견
변호사 “공무 수행 중 법에 의한 촬영”
고소 경찰 “진술 시작 전 개인정보 누설에 대해 문제 제기”

경찰의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CCTV를 언론에 제보한 변호사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CCTV 영상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공식 자료인데도 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경찰에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변호사의 제보 받아 CCTV 영상을 보도한 KBS 기자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KBS는 2019년 5월17일 “[탐사K] 윽박 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KBS 리포트화면 갈무리.
▲KBS는 2019년 5월17일 “[탐사K] 윽박 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KBS 리포트화면 갈무리.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에 대해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영등포경찰서는 고양경찰서 소속 수사관 A씨가 피의자인 외국인 노동자를 강압적으로 수사하는 정황이 담긴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 및 음성변조 등을 하지 않고 KBS에 넘겼다는 이유로 최 변호사가 법 위반을 했다고 보고 있다.

사건은 다음과 같다. 2018년 10월7일 경기도 고양 저유소가 폭발했다. 피해액은 117억원, 180만 리터의 기름이 불타 사라졌다. 당시 풍등을 날린 20대 외국인 노동자 디무두 누완(29)이 하루 만에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피의자인 디무두를 2018년 10월8일부터 11월15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신문했다. 디무두 측 변호인단은 고양경찰서 소속 수사관 A씨가 이 과정에서 강압수사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디무두를 변호한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019년 3월25일 고양경찰서에 당시 디무두가 수사받던 CCTV 영상을 정보공개청구했다. 같은 해 4월4일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은 CCTV 영상을 CD로 제공했다. 최 변호사는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임재성 KBS 탐사보도팀 기자에게 전달했다.

KBS는 2019년 5월17일 “[탐사K] 윽박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 핵심은 A씨가 피의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비속어 등을 섞어가며 윽박지르고 자백을 강요하는 등 강압 수사했다는 것이다. KBS는 “A씨가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추긍한다”고 보도한 뒤 “‘불이 나면 X 된다는 표현 아냐?’ ‘알아요?’ ‘한마디로 X 된다’”라는 A씨의 발언을 보여준다.

▲KBS는 2019년 5월17일 “[탐사K] 윽박 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KBS 리포트화면 갈무리.
▲KBS는 2019년 5월17일 “[탐사K] 윽박 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KBS 리포트화면 갈무리.

KBS 보도 무렵 국가인권위원회는 A씨가 디무두에게 진술 강요 등 인권 침해를 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 “고양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에 대해 주의 조치하고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직원들에 대해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과정에서 피의자 진술의 임의성 확보를 위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KBS 보도 직후 A씨는 임 기자를 남부지검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KBS와 기자를 상대로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15일 디무두가 경찰에 의한 진술강요 등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결정문에 썼다. 사진=인권위 결정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월15일 디무두가 경찰에 의한 진술강요 등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결정문에 썼다. 사진=인권위 결정문.

남부지검은 지난 5월 임 기자의 명예훼손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담당 검사는 “경찰의 강압수사는 국민 인권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를 언론에 보도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의자(임재성 기자)는 이 사건 취재 과정에서 고소인(수사관 A씨)에게 반론권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보도 내용에 고소인 반론이 포함된 점, 피의자는 본건을 보도하기 전 교수, 변호사 등 다수에게 자문을 구했고, 본건과 관련한 인권위 결정문 등을 비춰 보면 피의자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가 본건 보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KBS에 CCTV 영상을 제보한 최정규 변호사와 영상을 토대로 보도한 KBS 기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차 형사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영등포경찰서는 임 기자에게는 ‘불기소 의견’으로 최 변호사에게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최 변호사는 7일 미디어오늘에 “개인 정보는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공무원의 개인 정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공무 수행 중 관련 법령에 의해 촬영된 영상 안에 담겨 있는 공무원의 얼굴 및 목소리는 일반인의 그것과 동일한 보호를 받는다고 해석할 수 없다. 이 영상은 경찰이 녹화한 것이고 검찰에서 정보공개청구절차를 통해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영상을 언론에 제보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면 사실상 언론 제보를 막는 것이다. 경찰 의견대로라면 제보자는 언론에 녹음파일 또는 영상을 제공할 경우 모자이크, 음성변조를 다 한 후 당사자 식별이 되지 않도록 언론사에 보내야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언론사가 당사자 식별도 안 되는 영상과 녹음을 어떻게 보도하느냐”고도 말했다.

임재성 KBS 기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경찰이 제보자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영상을 받았을 때 원본을 받는 게 원칙이다. 원본을 받아야 누군지 확인할 수 있다”며 “제보자가 영상을 제보할 때 모자이크 처리해서 주는 경우는 없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식적으로 받은 자료인데도 개인정보법 위반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렇게 되면 어떤 제보자가 공익을 위해 언론에 제보하겠냐”고 말했다.

경찰 A씨는 8일 미디어오늘에 “KBS 리포트 영상은 조작됐다”며 “KBS 보도가 문제 삼은 ‘X된다’는 표현은 인용 질문이라고 사전에 (통역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언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변호인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변호인도 인용 질문임을 수긍하며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KBS는 2019년 5월17일 “[탐사K] 윽박 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KBS 리포트화면 갈무리.
▲KBS는 2019년 5월17일 “[탐사K] 윽박 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KBS 리포트화면 갈무리.

A씨는 “KBS 보도에 나오는 ‘핵심 혐의에 대해 자백을 강요합니다’, ‘휴식을 취한다’ 등의 경우 멘트(음성)와 행동(영상)이 일치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각의 음성과 영상을 짜맞춘 것”이라며 “이미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받았다”고도 했다.

A씨는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 전) 언론중재위원회에 간 적이 있다. KBS에 정정보도를 해달라고 했지만 KBS가 안 된다고 했다. 양측 주장을 청취한 중재위가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조정은 여기서 못할 것 같으니 반론 보도만 따져보자고 했다”며 “저는 방송 리포트로 반론 보도를 해달라고 했지만 KBS 측이 온라인 기사만 가능하다고 했다. 위원 중 한 분이 KBS는 9시 뉴스에서 방송으로 보도를 다 해놓고 방송 반론 보도는 못 하겠다고 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했지만 끝내 반론보도 조정은 결렬됐다. 이후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최 변호사는 영상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아서 영등포경찰서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주장하지만 모자이크 처리를 안 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A씨는 “고소인(A씨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개인정보가 저장된 진술녹화 영상 파일을 KBS에 제공함으로써 개인정보를 누설해 최 변호사를 고소한 것”이라며 “변호사법과 형법에 따라 소송대리인인 변호사는 사건에 대해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A씨는 “인권위에서 강압 수사였다고 판단했다고 기사가 뜨는데 인권위 내용은 진술 거부권을 침해했다는 부분에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그쪽에서) 처음부터 진정서 자체에 진술 거부권과 통역권 침해를 문제 삼아 진정을 넣었다”고 말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에 임재성 KBS 기자는 8일 “중재위원들께서 KBS 보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보도라고 했다. A씨가 억울하다고 하니 반론보도를 인터넷에 실어달라고 했다”며 “저희는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그쪽에서 거부했다. 위원 두 분께서 A씨가 조정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화를 냈다”고 반박했다.

임 기자는 ‘조작 영상’이라는 A씨 주장에 “30초짜리 녹취가 있다고 하면, 방송은 이를 다 내보낼 수 없다. 팩트가 왜곡되지 않는 선에서 편집한 걸 조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미 검찰도 저의 명예훼손 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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