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간담회가 열린 2일은 원래 여야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던 날이다.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 등 문제로 청문회가 무산되자 후보자가 본인 소명 기회를 당에 요청하면서 간담회가 마련됐다. 민주당과 조 후보자 측은 불가피한 ‘차선책’으로 국민 앞에 해명 기회를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법적 권위 없는 간담회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조 후보자는 간담회 요청 이유로 “인사청문회를 (2일) 오후라도 해달라, 꼭 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오늘이 법정 기한 마지막날이다. 무산됐다는 소식 들었다. 더 이상 기회가 없다. 당에 요청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여의도 광장에서 할 수는 없지 않겠나. 국회라는 공간에서 하는 게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겠다 판단해서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 쪽에 부탁드렸고 허락해주셨다”고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 공식 명칭은 앞서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예고한 ‘국민 검증 간담회’ 대신 ‘조국 후보자 기자간담회’로 정해졌다. 해명 자리가 필요하다는 조 후보자 요청을 받아들인 민주당은 출입사로 등록된 언론사에 한해 1사1인을 원칙으로 비표를 배부했다. 당 출입기자가 아니더라도 참여가 허용돼 법조 출입 기자들이 질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하나의 비표를 돌아가며 사용했다. 늦은 시간에 이르면서는 비표를 패용하지 않고도 한 언론사의 기자 여러명이 참석해 질문을 던지는 모습도 보였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참석 가능 언론사를 제한한 이유로 ‘좌석 문제’를 들었다. 이날 당 공보국 관계자가 밝힌 비표 배부 수는 150석 남짓으로 간담회 장소인 국회 본청 246호 좌석수와 얼추 맞아떨어졌다. 다만 여당 주관 간담회에 여당 출입사로 제한된 형식은 사실상 ‘여당 간담회’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이날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의 경우 간담회 시작 전 비표를 받고 자리에 착석했다가 퇴장을 요구받자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고 언론의 자유가 있다. 민주당은 신의한수를 내보내고 있다”라고 항의한 뒤 입구에 이르자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신의한수는 4월30일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켜 6개월 출입 정지 조치가 취해졌다. 국회사무처에서 확인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청문회가 아니지만 청문회 대체격으로 열릴 수밖에 없는 유일한 공개 검증 자리라는 지점이 충돌하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에 대한 자료제출요구권이나 증인·참고인을 채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후보자나 증인에게 선서를 통해 위증 책임이 주어지기도 한다. 검증을 위한 법적 권능을 가진 청문위원과 기자들의 지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는 조 후보자 답변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딸 장학금 의혹과 관련해 “서울대장학회 측에 확인해보셔야 할 문제”라거나 “단국대 교수에게 확인해야 한다. 부산대 같은 경우 의전원을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답변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 일례다. 사모펀드 문제 역시 해외 체류 중인 5촌 조카를 비롯한 관련자들 입장이 있어야 맞춰질 수 있는 퍼즐들이다. 간담회 도중 한 기자는 “기자들은 증인신청권 자료요청권도 없고 기자회견이 갑자기 열려서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후보자가 취재 과정에서 들은 증언과 배치되는 발언하고 있는데 이대로 넘어가야 하는지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나중에라도 추가 간담회를 열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질의 과정에서 “기자간담회는 당연히 증인 신청권이 없다는 걸 저도 기자분도 알고 오신 걸로 안다”며 “인사청문회도 증인신청이 채택되더라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과태료 부과감수하면서 안 나와도 된다. 그래도 이 자리보다는 청문회가 진실에 가까워질 거라고 보고 그 점에서 청문회가 열리길 원했다”고 말했다. 사회를 보던 홍익표 대변인은 “전체적으로 후보자가 소명하고 싶은 것을 소명하고 사실관계는 추가취재를 통해 확인해주실 수 있다. 의도적으로 언론에 거짓말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주신다면 오늘 자리가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저희도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청문회가 진행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을 더했다.

간담회 방식이 후보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자들 질의는 일문일답이 아닌 여러 질문을 한 번에 던지는 방식이었으나 후보자는 시간 제한 없이 답변할 수 있었다. 한 기자는 “후보자께서 30분 넘게 본인 해명만 얘기했다. 홍 대변인이 기자들 질문에 대해서는 수차례 끊고 후보자 해명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 간담회 자체가 국민들이 보기에 공정한 해명 자리라고 납득할 수 있을까”라며 공개비판 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이 간담회 진행 방식을 비판하는 보도를 간담회 도중 내보내자 홍 대변인은 “시간관계상 끊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도 급박하게 준비하며 소홀할 수 있지만 이 보도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산적이지 못했던 간담회 원인은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라는 비판도 높았다. 이날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포털 실시간검색어 1위로 ‘한국기자질문수준’, 2위로 ‘법대로조국임명’이 상당 시간 올랐고, 중간중간 질의한 기자들의 소속 언론사도 상위권에 올랐다. 온라인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보는 시민들은 “기자들은 조 후보자가 ‘우문현답’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댓글을 쏟아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도 ‘반복된 질문이 너무 많다’, ‘앞에 질문한 것들 띄워놓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한마디로 이슈를 좇는 언론 속성이 말려들면서 ‘조국이 계획한 판’이 됐다”고 평가한 뒤 “말려든 건 언론뿐이 아니라 스스로 청문기회를 차버리고 조국 후보자의 말만 일방적으로 중계되게 만든 자유한국당”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자는 “무제한 간담회가 ‘무제한 해명회’ 같았다”면서도 “간담회에서 오가는 질문들을 보면서 무력감, 허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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