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개막되는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으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앞두고 서병수 부산시장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흔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공세에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다이빙벨>을 예정대로 상영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부산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 영상문화산업과 부산국제영화제 담당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부산시의 입장은 '다이빙벨' 영화상영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홍기호 문화체육관광국장이 최근 집행위원회에 ‘상영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서병수 시장(영화제 조직위원장)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서병수 시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이니 상영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총괄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예정대로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부산시장의 반대 입장을 전달받은 게 없으며, 서 시장이 (‘반대한다’는)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어제(25일) 오후에 일부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며 “하지만 어차피 예매도 끝났는데 어떻게 상영을 안할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CBS노컷뉴스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을 상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서병수 시장과 부산시 담당자들의 견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얼마든지 의견은 있을 수 있으며, 그런 의견도 존중한다”면서도 “애초 예정대로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영화 <다이빙벨>이 문제가 있는 작품인지에 대해 이 위원장은 “(작품을 선정하는) 프로그래머 7명이 보고 판단한 것으로, 이들은 1년에 영화 수천 편을 본다”며 “하나하나 이 작품이 어떻네, 저 작품이 어떻네 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선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313편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일일이 이 작품이 왜 되냐, 안되느냐에 대해 따질 수 없다”며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영화제는 언제하느냐. 프로그래머가 전문가인 만큼 이들의 판단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간접적으로 상영이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부산시 입장에 대해 이 위원장은 “간접적으로 담당자들끼리 수없이 만나서 이것저것 얘기를 주고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서 시장의 의견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이미 집행된 예산을 취소하거나 잔금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에 대해 이 위원장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얘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답변했다. 특정 영화 상영여부를 가지고 예산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협박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위원장은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와 관련해 부산광역시 부산국제영화제 담당자는 “집행위원회가 (다이빙벨을) 상영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고 있으나 우리가 (영화 상영을 강행할 경우) 추가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예산 지원 중단 등으로 상영반대를 요구할 계획인지에 대해 이 담당자는 “우리가 예산을 갖고 어떻게 하려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오히려 영화제에 필요한 잔금 25억 원이 남아있는데 집행위원회 쪽에서 지원요청을 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그것은 당연히 요청을 해야 하며 '다이빙벨'과 무관하게 자금지원은 할 것”이라며 “'다이빙벨' 때문에 집행을 안할 수 없는 문제다. 25억 원은 집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서병수 시장과 부산시 영화제 담당자들이 영화를 사전에 본적이 있는지에 대해 이 담당자는 “(나도 안봤으며) 시장도 안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어떻게 정치적 중립이 훼손됐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담당자는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말 그 외엔 시장이 말씀한 적이 없다”며 “다이빙벨이 정치적 논란과 여론분열을 낳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으면 국제영화제 공식초청작도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군부독재 시절과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에 대해 이 담당자는 “답변을 못하겠다”며 “현재 서병수 시장은 동남아 순방 중”이라고 밝혔다. 

   
다큐 영화 다이빙벨.
 

영화 상영도 되기 전에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영화 배급사인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상영하기로 했다고 해서 상영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 외에 현재 나오고 있는 영화 평에 대해) 별도로 얘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큐 영화 <다이빙벨>은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MBC 해직기자)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구조작업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기록이라고 영화사는 설명했다. 영화사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이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48분’ 이후 보름 동안 다이빙벨 투입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과 팽목항의 진실, 이를 감추려는 자들과의 싸움 등을 그렸다.

다이빙벨은 오는 10월 6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