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벽은 높았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을 지역구로 둔 이완영 의원 등 TK지역 의원 11명은 4일 청와대에서 1시간 넘게 박근혜 대통령과 마주 앉아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성난 성주군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러간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면담은 조용하게 마무리된 모습이다.
이날 면담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민심을 전해 듣고 박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이완영 의원이 면담자로 참석하면서 민심 전달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싱겁게 끝났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면담에서 사드는 면담 주제의 일부였고, 대부분 정부 법률 통과 협조와 김영란법 통과에 따른 부작용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사드배치와 관련해선 지난 2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사드 배치는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로 (배치 결정이) 바뀔 수도 없다"고 밝힌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성주군 내에서 위치를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성주 군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완영 의원은 "지금 성산포대라는 곳이 성주 읍민들이 보는 앞산이다. 자고 나면 보는 그런 산인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 너무 지근거리에 있어 성주주민들의 반발이 크고 투쟁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달했다"면서 "대통령께서 그렇다면 성주군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을 들어주기 위해서 성주군서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검토하겠다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 지역을 검토하겠다는 대통령 입장에 대해 "대통령이 그간에 성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우려해서 성주 지역에 새 후보지 추천을 받아서 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특히 "지역구 의원인 제가 새 지역을 검토해달라는 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의 뜻과 한참 모자른 또다른 내부 지역 변경 검토 입장에 지역구 민심이 어떻게 요동칠지 우려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비는 마음이 둘째라면 서러운 저 이완영, 오늘은 정부에 쓴소리 좀 하겠다"면서 "제가 사드 배치 지역이 어딘지 수차례 문의를 했고, 발표 전날인 12일 저녁 예산결산위원회에 가서 물었을 때도 '검토중'이라고 했는데,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정부는 툭하면 군사기밀 운운하며 일방적이 결정과 발표를 일삼는다"며 "정부가 발표하면 국민이나 국회는 그냥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도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면담을 앞두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와 인터뷰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사실 성주가 고향이시다. 사드 배치 결정을 한 만큼 직접 내려오셔서 성주 군민을 만나시고 대화를 나눈다면 소기의 성과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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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면담에서 이완영 의원이 성주행 방문을 요청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성주군민의 요구는 사드 배치 철회라는 뜻을 전달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 의원은 4일 오후까지 휴대전화를 꺼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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