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전년 대비 60% 늘어났다. 지난해 카카오톡 감청이 재개된 이후 감청 역시 늘고 있다.
카카오가 지난 3일 발표한 '2016년 상반기 투명성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카오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에 응해 제공한 카카오톡 계정(전화번호)은 26만1884건에 달한다.
영장 건수 기준으로 보면 수사기관은 올해 상반기 카카오톡에만 2555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요청했고, 카카오는 이 중 1809건에 응했다. 카카오가 투명성보고서를 공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카카오에 대한 수사당국의 압수수색 영장 처리건수는 2015년 상반기 1449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상반기 2555건으로 늘어났다.
하나의 압수수색 영장으로 수 많은 계정을 들여다본 것도 문제다. 카카오는 2016년 상반기 1809건의 압수수색에 응했을 뿐인데 수사기관에 제공된 계정은 26만1884건에 달한다. 영장 하나로 포괄적으로 십여개 계정의 정보를 들여다봤다는 이야기다.
카카오는 한때 검찰의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협조한 결과 수사기관은 올해 상반기에만 카카오톡 15개 계정을 감청했다. 2015년 상반기 카카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요청건수는 0건이었으나 협조를 재개한 지난해 하반기 8건을 기록했다. 압수수색은 서버에 저장된 2~3일치 대화내용만 볼 수 있는 반면, 감청은 미래에 있을 대화내용을 미리 요청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카카오톡 대화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 인권침해 소지가 더욱 심각하다.

수사기관이 감청한 15건 중 '추가정보 요청'을 한 경우도 4건 있었다. 추가정보 요청은 영장이 집행된 인물 뿐 아니라 ‘익명화’된 대화상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카카오는 감청영장집행에 다시 협조하면서 무분별한 개인정보침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범죄 혐의자가 아닌 대화상대는 ‘익명화’하기로 했다.
이전처럼 감청영장 하나로 영장이 집행된 인물과 대화한 불특정 다수의 대화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게 사라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별도의 영장집행 없이 수사기관이 공문만으로 제3자의 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추가정보 요청을 할 때) 범죄연관성이 있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를 검찰이 판단하기 때문에 여전히 범죄혐의와 무관한 대상까지 싹쓸이 수사를 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카카오톡 감청의 경우 절차적인 문제도 있다. 법에 명시된 '감청'은 송수신이 가능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빼오는 걸 말한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감청설비가 없기 때문에 현재 검찰이 감청영장을 통해 집행하는 것은 서버에 저장된 대화정보를 2~3일 단위로 묶어서 지속적으로 가져오는 편법적 방식이다. 이석우 전 대표가 검찰에 맞설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카카오톡 감청이 법에서 규정한 감청과 개념이 달라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와 포털 다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여전히 많았으나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포털 다음이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한 건수는 2014년 상반기 2262건에서 2014년 하반기 2136건, 2015년 상반기 1905건, 2015년 하반기 1207건, 2016년 상반기 1295건으로 나타났다. 포털 네이버 역시 2014년 상반기 4405건에서 2014년 하반기 3783건, 2015년 상반기 4345건, 2015년 하반기 3303건, 2016년 상반기 3387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포털 사이트에 대한 영장 집행이 줄어드는 게 포털의 영향력 감소와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매번 범죄수사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 수치만 갖고 어떤 경향이 있다고 판단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추세라곤 하지만 2014년 이후 네이버와 포털 다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매년 1000건 이상 유지되고 있다. 이는 포털이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통신자료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신자료는 이용자 이름·연락처·ID·주소 등 이용자의 정보자료를 말하는데, 카카오와 네이버는 2013년 영장없는 통신자료 열람 요청에 응하다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소송 과정에서 통신자료 제공을 중단했다.
반면 통신3사는 아직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이 “정보·수사기관 요청이 있으면 (사업자는 통신자료를) 줄 수 있다”고 모호하게 명시하고 있는데, 포털은 "의무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반면, 통신3사는 "사실상 강제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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