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문협)가 일제에 부역한 민족반역자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 문학상을 만들기로 한 것에 대해 ‘친일 문학상’ 제정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4일 서울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39년 설립한 최대 친일문인단체인 조선문인협회를 계승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친일문인을 기리는 상을 제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친일문학상 제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문협은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문효치 이사장이 제안한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문협은 1만3600여명 협회회원 중 우수한 활동을 한 문인을 뽑아 내년부터 시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친일파 논란을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한국문학 여명기에 왕성하게 이뤄낸 성과까지 매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친일은 통렬히 비판하더라도 문학작품은 우리 민족의 것으로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친일공과론(친일파의 공과 과를 구분하자)은 그동안 반복됐던 전형적인 친일 옹호논리”라고 비판했다.
문 이사장의 증조부 문종구는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민족반역자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8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증조부의 친일에 대해 반성의 뜻을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당시 그의 어려운 고백에 찬사를 보내며 경의를 표했다”며 “문 이사장의 발언이 거짓이었다고 믿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누구를 기념하는 상에는 그 사람의 일생에 대한 평가가 담기기 마련”이라며 “과연 육당과 춘원이 남긴 자취가 그렇게 향기롭다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그동안 보수세력 혹은 친일옹호세력도 많은 상을 만들면서 국민들이 두려워 이 두 사람에 대한 상을 만들지 못했다”며 “이완용이 국토와 국권을 팔아먹었다면 이 두 사람은 우리 민족사의 정신을 팔아먹은 ‘정신사의 이완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인 전체를 대표하는 곳에서 이런 상을 만들어 문협 회원이 아닌 문인까지 불명예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수는 1938년 수양동우회사건 예심을 받던 중 전향을 선언하고 풀려나 친일의 길로 들어서 1939년 친일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에 취임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1940년 창씨개명이 실시되자 가야마 미쓰로(香山光郞)로 바꾸고 ‘창씨와 나’를 기고하는 등 적극 선전했다. 1943년 징병제가 실시되자 일본 유학생들에게 학도병 출전을 권유하기도 했다.
최남선은 1928~1943년까지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 일제 역사왜곡과 식민사학 수립에 협력했고, 1938년부터 5년간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의 건국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친일 고위관리를 양성했다. 최남선 역시 전쟁동원을 선전하는 강연과 좌담회에 참석했고, ‘보람 있게 죽자’ 등 많은 친일 논설을 발표했다.

이 둘은 1949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끌려가기도 했고,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는 물론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규정한 반민족행위자에도 포함된 명백한 민족반역자다. 방은희 사무국장은 “이들의 작품은 교과서에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더 이들의 (문학성을) 발굴하기보다는 이들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역사파괴가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교과서 국정화가 하나고 또 하나가 지난해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한일 외무장관 합의”라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위대 행사까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열려 평화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퇴행을 제일먼저 막아야 할 문인들이 과거 역사범죄자를 기리고 있다”며 “(문학상 제정을) 중지해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문협의 친일문학상 제정 즉각 철회 뿐 아니라 문협에 대해 ‘친일 미화를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주장했고, 국회에는 ‘친일파 기념사업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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