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총리가 계획 이상의 해외순방을 나가면서 예비비를 끌어다 쓴 것으로 지적됐다. 황교안 총리는 해외 순방에 필요한 전세기 대여에 3억원을 들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말 미얀마·몽골 순방 당시 전세기 임차료 3억원 가량을 예비비에서 지출했다”며 “전세기 임차료를 예비비로 지출할 정도로 해당 방문의 사전 예측이 불가능했거나 시급했거나 불가피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노동법 개정·국정 교과서 홍보하느라 예비비 ‘펑펑’)

추혜선 의원은 “법률이 예비비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요건을 지키지 않은 채 홍보비, 전세기 사용료 등으로 예비비를 사용한 것은 국회의 예산의결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시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9월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에프케네디공항에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미얀마·몽골 방문) 일정이 갑자기 잡힌 것”이라며 “국외 출장비를 사전에 책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능할 텐데 국외출장과 관련해선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겨서 예비비로 청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비비는 국가재정법 제22조에 따라 재난·재해 등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 또는 예산 초과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박근혜 정부 들어 해외순방 예산을 과소 계상하고 매년 예비비 집행을 늘려왔던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2013~2015 회계연도 예비비 승인 지출 내역을 보면 외교부가 관리하는 정상회의 참가 및 총리 순방을 위한 예산은 매년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가 4회와 총리 순방 3회, 외빈 방한 13개국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매년 대통령과 총리의 해외순방은 대부분 계획을 초과해 치러졌고 모자라는 예산은 예비비를 가져와 집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교부에 책정된 예산으로 2013년 5회, 2014년 7회, 2015년 8회 해외를 순방했다. 기준보다 최고 2배 이상 해외 순방을 한 것이다.

총리의 경우 2013년 4회, 2014년 3회, 2015년 2회로 해위 순방 횟수 자체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외교부에 책정된 대통령과 총리 해외 순방 관련 예산은 2013년 170억5800만원, 2014년 209억5400만원, 2015년 234억200만원이었다. 이중 일반 예산 대 예비비 사용 비중은 2013년 151억9600만원 대 18억6200만원이었다. 2014년에는 일반 예산 182억5900만원에 예비비 19억9800만원이 책정됐고 2015년 일반 예산은 185억3200만원으로 줄어드는 대신 예비비가 48억88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6년 올해 예산은 일반 예산만 215억5500만원을 계상해 2015년 사용액(215억2400만원)과 비슷한 규모가 됐다.

대통령과 총리 해외 순방 예산의 예비비 사용 문제는 꾸준히 지적됐던 사항이다. 외교통일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달 내놓은 2015 회계연도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외교부는 정상 및 총리 외교 사업의 사업수요 과소예측에 따른 연레적 예비비 편성을 최근 몇 년간 예·결산 심사 시 지적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3년도와 2014년도에 예비비 사용률을 예산의 5.6%, 5.5%로 줄이는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나 2015년에는 이와 달라졌다. 전문위원은 “2015년도에는 전년도 예산액(182억5900만원) 대비 1.5% 증액된 185억3200만원을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액의 16.1%에 이르는 48억8800만원을 예비비로 편성해 예비비 편성액을 줄이려는 최근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유리 기자의 기사 잘 읽으셨나요?
후원은 더 좋은 기사에 도움이 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