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도입을 앞둔 지상파 UHD 표준이 확정됐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UHD 본방송을 원활히 시청하기 위해선 지상파, 정부, TV제조사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6일 지상파 UHD방송의 표준을 미국식으로 확정하고 관련 고시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UHD영상을 송수신하는 방식에는 유럽식(DVB-T2)과 미국식(ATSC3.0)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미국식이 △수신 성능이 우수한 점 △IP연계 융합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채택 이유로 꼽았다. 지상파 UHD방송은 내년 2월 수도권지역에 한해 우선 도입될 계획이다.

인터넷망과 연계할 수 있는 미국식을 선택하게 되면서 지상파는 오는 2월 VOD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중곤 KBS UHD추진단 팀장은 “2월 UHD 방송 시작과 동시에 지상파가 공동으로 스마트TV에 VOD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지상파 OTT서비스인) 푹(POOQ)을 탑재할 수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도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는 VOD 가격을 정하지 않았지만, 유료방송을 통한 VOD 서비스와 경쟁해야 하고, 직접 서비스를 하면 유료방송에 배분하는 몫이 없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식 표준 개념도. SBS 보도화면 갈무리.
지상파는 장기적으로는 IP망을 연계한 실시간 방송 서비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스포츠중계에서 각도를 선택해서 보는 멀티앵글방송, 같은 중계영상에 팀별 편파중계, 국가별 중계음성 등을 바꿀 수 있는 다중음성방송, 실시간 UHD 방송에 돌려보기 서비스 등을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VOD 서비스는 허용했지만, 다른 서비스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해야 허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 진영이 지상파의 양방향서비스를 경계하는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당장 활성화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2월부터 수도권 거주 국민들이 불편 없이 지상파 UHD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UHD TV가  유럽식 표준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기존 구매자들은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올해 말까지 국내에 판매될 UHD TV가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물론, 미국식이 유럽식에 비해 기능이 월등히 뛰어났던 만큼 TV제조사들도 미국식 표준을 예상하면서 대처해왔다. 현재 미래부와 TV제조사 간 논의에 따르면 기존 유럽식 UHD TV를 구매한 이용자에게 별도의 셋톱박스를 제작해 판매하는 안이 유력하다. 

미국식 TV를 산다고 하더라도 직접수신가구가 아니면 지상파 UHD 콘텐츠를 시청할 수 없다. 지상파가 UHD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UHD로 재송신하는 방식 등을 두고 유료방송과 별도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HD만 재송신이 가능하다. 내년 편성되는 UHD콘텐츠가 미미한 수준이고 10년이 지나야  100% 편성이 되기 때문에 지상파와 유료방송 모두 장기적 과제로 재송신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KOBA 2016' SBS 전시부스. 오른쪽 모니터는미국식 표준을 지정할 경우 UHD가 단순히 화질 개선만 되는 게 아니라 IP와 연동을 통해 VOD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사진=금준경 기자.
업계에 따르면 안테나 내장 문제는 여전히 지상파와 TV 제조사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가뜩이나 직접수신율이 6.8%에 불과한 지상파는 직접수신율을 올리기 위해 UHD 방송용 안테나를 UHD TV에 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TV 제조사는 UHD 안테나를 내장하면 TV당 단가가 2만원 가량 올라간다는 점을 우려한다. 전병환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 4일 열린 공청회에서 “TV에 안테나가 내장돼 출시되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반발했다.

한때 최대 쟁점이었던 콘텐츠 보호 시스템 탑재를 둘러싼 갈등은 TV제조사와 지상파의 협의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보호 시스템은 지상파가 방송과 동시에 녹화를 통한 불법복제가 되는 걸 막기 위해 TV마다 워터마크를 박는 것처럼 인증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기기당1000~2000원 가량의 소프트웨어 설치비가 추가로 드는데 지상파가 비용을 분담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진전됐다.

물론, 콘텐츠보호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이를 뛰어넘는 기술이 나올 수 있어 불법파일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대해 김도식 SBS UHD추진팀장은 “지금은 중학생들도 마음껏 녹화해 불법파일을 당연하게 올리고 있다. 지상파 콘텐츠를 훔쳐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데, 콘텐츠보호기능을 도입해 장벽을 만들고 헤비업로더 위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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