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달라졌다. 지난 25일 라오스에서 열린 3국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은 대놓고 냉랭한 태도를 드러냈다. 반면 북한 이용호 외무상에게는 등에 손을 얹는 등 친밀함을 과시했다. 중국 외교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대놓고 사드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최근 한국측의 행위는 쌍방의 상호신뢰 기초에 해를 입혔다"며 비판도 했다. 중국은 사드가 북핵을 방어하는 목적이 아닌 자국을 향한 미국의 감시, 견제용이라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신문은 '사드배치 철회파'(경향, 한겨레)와 '강경대응파'(조선, 동아)로 나뉘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막연한 소통을 언급하며 '소통파'를 자처했다. 

1면 이모저모

중국의 태도변화를 우리신문은 주요뉴스로 다루면서도 비중과 논조에 차이를 보였다.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는 외교관계 변화가 '사드 영향'이라는 점을 기사 제목에 언급했다. "'사드배치 결정 뒤... 사이드 밀려난 한국 외교"(경향신문) "북 껴안은 중국 '사드 중단' 외교시위"(한겨레) "한국 보란 듯... 중 노골적 '반 사드외교'"(한국일보) 등이다. 

반면 조중동은 제목에 사드를 언급하지 않았다. "중 왕이, 남북 상대로 '연출 외교'"(조선일보) "왕이, 한국엔 냉랭... 중엔 밀착"(동아일보) "한국 보란 듯 이용호 손잡은 왕이"(중앙일보) 등이다.

▲ 26일 주요일간지 1면.(클릭하시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 한겨레 "군사 경제적 보복, 사드철회 검토해야"

1면에서 만들어진 미묘한 차이는 신문을 넘기면서 크게 벌어진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중국의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분석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경향신문은 "중국이 향후 비관세장벽과 여론조작을 통해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고 전망했다. 실제 산둥성 칭다오시는 27일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축제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 경향은 "사드를 둘러싼 한중의 냉랭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동북아 평화에도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겨레는 "중국이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상정해 사드의 방어능력을 웃도는 공격 미사일을 배치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사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체계도 흔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형식적이나마 북한에 첫 제재를 내렸고, 이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사드배치르 추진하면서 다시 한국, 일본, 미국 대 북한, 러시아, 중국의 3:3구도로 회귀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중국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데도 정부가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경향은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이 가열될 경우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중관계가 냉랭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신문은 사드배치 철회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향은 "사드배치를 재고하는 것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출구전략 모색을 요구했다. 


조선 동아, '중국'비난... 중앙은 "대화로 풀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리측 피해를 언급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대신, 중국정부에 으름장을 놓으며 중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사드배치 초창기때부터 그랬지만, 이들 신문은 사드배치에 따른 경제적 손실, 군비경쟁 촉발에 따른 평화 위협 문제를 언급하기 보단 '무력을 통한 북핵 저지'라는 당위성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조선은 북한의 핵무장을 언급하며 "중국이 그길로 간다면 결국 북의 핵무장을 용인하려 하는것 아니냐는 의심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아는 중국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중국이 방어수단인 사드에 시비를 거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보다 탐지거리가 훨씬 긴 사드레이더가 일본에 배치될 때도 중국은 침묵한 바 있다"는 것이다. 사드배치가 북핵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논리의 적절성도 따져볼 문제지만, 우리측 변화 없이 중국의 태도변화만 촉구하는 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 주요신문 사설 제목 비교.
아니나 다를까. 동아는 야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당에 대해 "한미연합방위 태세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라며 "김정은이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전개되는 한국의 항구, 공항을 핵으로 선제타격하겠다고 위협하는 판에 주한미군이 무력화하면 어떻게 안보를 지킬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북문제에서 조선, 동아와 결을 달리해온 중앙일보는 양측이 소통하자는 주장을 통해 '모범답안'을 내놓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공허하고 막연했다. 중앙은 사설에서 "한중은 서로 나누는 이익관계가 더 크다"면서 "사드 문제가 다른 이해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한중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역시 "정부는 지속적으로 사드가 북핵 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임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며 대동소이한 견해를 밝혔다. 

한일관계는? 

그렇다면 한중이 멀어진 대신 한일관계라도 나아졌을까. 정답은 'NO'다. 지난해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강행한 한일 합의가 사실상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25일 라오스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회담을 했으나 12.28합의에 대한 "성실한 이행에 뜻을 모았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한겨레는 이 원론적인 합의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국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발족시키면 일본이 출연하기로 한 10억 엔의 제공시점과 소녀상 이전 여부를 두고 한일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출연시점을 두고 한국측은 "조기에 하겠다"고 했으나 일본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소녀상 이전을 하지 않는 한 출연을 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우리정부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7개월 만에 합의이행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을 공식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향신문은 "난제가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굴욕적인 한일 합의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에서 재단설립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화해치유재단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돈 받아가시라'면서 재단 발족식 참여를 유도해 할머니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선정, 지역주민 반발 외면

원전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관련시설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일부 언론은 여전히 주민반발보단 정부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었다.

정부는 25일 원자력발전소 핵연료봉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영구처분시설을 2053년까지 지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원전부지 안에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임시저장 시설을 확충하게 된다. 

문제는 영구처분시설이 완공되는 2053년까지 임시저장시설을 확충하기로 하면서 현재 원전부지가 있는 한빛원전, 월성원전, 고리원전 등 원전지역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당장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경향은 "전남 영광에서는 한빛원전에 대해 임시저장시설을 위한 용역조사를 실시하자 주민이 반발해 조사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경향에 따르면 영광 한빛원전범국민대책위원회는 국회방문, 원전 앞 항의농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중앙일보는 같은 소식을 다루면서 임시저장시설 확충에 따른 주민 반발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영구처분시설 건설 소식을 강조하며 "30년간 표류해온 '사용후 핵연료 처리장'건설을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면서 사업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사 제목 역시 "첫 걸음 뗀 고준위 방폐장... 12년 시간 두고 부지선정"이다. 같은날 한국일보는 "최악 지진에도 원전 이상 무"라는 한수원의 일방적인 주장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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