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기자들에게 "우리가 만든 메신저만 써라"

"통통으로 일원화" 지시… "계열사 지원 차원이라지만 업무용으로 불편, 개인정보 감시 우려도"

2016-07-29     김유리 기자

한 인터넷 언론사가 자사 관계사가 개발한 온라인 메신저를 언론사 구성원들에게 의무 사용하도록 강요해 논란이 되고 있다.

28일 뉴스토마토와 토마토솔루션 등에 따르면 뉴스토마토는 27일 전체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내 "회사의 전략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구성원의 사용과 협조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타사 메신저를 삭제하고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자사 개발 메신저 '통통'으로 일원화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메일에서 사용금지 메신저로 카카오톡 및 행아웃(구글톡), 밴드 등 기타 타사 메신저 전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PC 및 모바일 등에 설치된 해당 프로그램과 앱을 모두 즉시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 토마토솔루션이 개발한 메신저  소개 화면 갈무리.


이 지시에는 '어떤 이유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며 '예외 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적용되는 사항'이라는 점이 포함됐다. 회사는 각 부서 책임자에게 "해당 팀·부서원에게 구두 공지하고 준수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해당 내용을 불시에 점검해 인사고과 등에 반영하겠다"고 전달했다.

통통(운영체제 IOS 기준)은 단말기 대 단말기 통신 방식의 메시지 서비스로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을 경우에만 암호화된 방식으로 서버에 메시지가 저장된다. 이 마저도 48시간이 지나면 서버에서 메시지가 사라지는 방식을 채택했다. 메신저 서버에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보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토마토솔루션은 '보안이 완벽한 메신저'를 강조해 홍보했다. 통통은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2014년 개발돼 서비스를 시작했고 IOS용은 지난해 6월25일 1.0.0 버전으로 출시됐다.

통통은 메신저에 국제 외화 송금 업무를 할 수 있는 핀테크 서비스 '트랜스퍼' 서비스도 탑재했다.

사측은 시장에 통통을 첫 선을 보인 이후부터 사내에 사용을 독려해 왔으나 성과가 미미하자 이번 같은 강력한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보유출 우려와 함께 '황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A기자는 "이전에는 통통 사용을 독려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안내문에선 강압적인 느낌을 크게 받았다"며 "업무용으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기는 했지만 활용도가 높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자 직군의 경우 상시적인 보고가 메신저로 이뤄지는데 통통은 PC버전이 개발되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상시적인 보고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B기자는 "PC버전이 있다면 업무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회사 요구가 있으니 사용하게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너무 불편해 활용도 자체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보안'을 강조했지만 의심되는 부분도 있다. 사측 안내 메일을 보면 "수회에 걸쳐 '통통' 사용을 권장하고 타 메신저 사용을 금지하도록 요청했으나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통통에 접속 안한 지 몇 달 되거나 심지어 설치하지 않은 구성원도 있다"고 말했다.

사측이 통통 설치 여부를 비롯해 접속 시간 기록까지 확인 가능하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C기자는 "보안 걱정은 없다고 홍보하고서는 사용자가 통통에 접속한 시간까지 다 알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위치정보 노출 우려도 있다. 통통 채팅 상대방에게 보이는 정보는 "토마토(사용자 이름)/온라인/합정동"이라는 식으로 표시된다. 통통 접속 여부와 함께 위치정보가 채팅창에 노출되는 형식이다.

위치정보 온/오프 여부는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지만 데스크가 확인을 위해 위치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고 지시하면 구성원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치정보가 고스란히 회사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이는 메신저를 통한 감시 의혹이 일수 있는 부분이다.

A기자는 "초창기 메신저 사용 때에는 통통 사용자 위치가 실시간으로 지도위에 표시됐다"며 "어플 개발자가 어떤 정보를 얼마나 가져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처음부터 안 쓰는 데엔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사내 메신저 이상의 확장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B기자는 "뉴스토마토는 모회사의 여러 계열사 중 하나로 이번 통통 사용 공지도 계열사 전체에 공지로 뿌려지면서 기자들도 포함이 된 것 같다"면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PC나 개인 스마트폰에서 다른 메신저를 모두 지우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달가운 조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토마토솔루션 관계자는 "위치정보는 사용자 스마트폰에서 제어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접속 시간과 설치 여부는 통통 사용자끼리 확인 가능한 정보로 회사 쪽에서도 통통에 표시된 정보를 확인했던 것"이라며 " 서버에서 그런 정보를 별도로 추출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통을 포함해  구글 행아웃, 텔래그램, 페이스북 메신저도 사용자의 마지막 사용 시간을 표시해 준다"고 주장했다.

사측 관계자는 "카카오톡 망명 대란 당시 메신저를 옮기자고 해 관계사가 개발한 통통으로 갈아탄 거였는데 사용률이 좀 저조해 최근에 다시 독려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 테스트 중인 PC버전이 8월에 정식으로 서비스되면 불편함도 많이 줄어들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뉴스토마토는 계열 회사가 10여개 중 하나로 회사 차원에서 사업을 독려하다가 기자들에게도 안내 메일이 간 걸로 보인다"며 "개인 스마트폰에서 타사 메신저를 삭제하라고는 했지만 실제적으로 확인하고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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