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수당 인상, 상식·절차 무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13일 '기습적 수당 인상' 지적

2007-03-13     서정은 기자

KBS 이사회(이사장 김금수)가 최근 이사들의 각종 수당을 큰 폭으로 인상한 것과 관련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가 "상식과 절차를 무시했다"며 수당 인상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KBS본부는 13일 성명을 내어 "지난해 사장추천위를 와해시키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염원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짓밟은 이사회가 물가 상승률 운운하며 기습적이고도 비밀스런 수당 인상을 단행했다"며 "이사회에는 이토록 후한 경영진이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0.1% 포인트의 인상폭을 놓고도 얼마나 강하게 조합원들을 압박했던가를 4300명 조합원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신용카드로만 쓸 수 있었던 이사장의 월 활동경비(120만원)는 현금 120만원이 올라 240만원으로 올랐고 △이사들의 활동경비도 100% 인상됐다. 또 △회의 참석수당은 회당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50% 올랐고 △조사연구 활동비의 경우 이사장은 월 332만원에서 382만원, 이사들은 182만원에서 232만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KBS본부는 "2007년도 예산서에는 올해 이사들의 수당이 동결 편성돼 있다. 이사회 스스로 통과시킨 이사회 규정 제16조 1항은 '이사장 및 이사에게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수당, 여비, 자료의 수집 분석에 필요한 경비 및 업무추진비를 지급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사회는 스스로 통과시킨 규정을 부정하며 '유령 예산'을 배분한 것"이라며 "인상폭이 너무 높다는 감사팀의 의견조차 무시됐다. 그 대담성과 신속성은 가히 놀랍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아울러 "경영진과 이사회의 밀월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달 열리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 이사회 전체가 참관을 결정했다고 한다. 모두가 KBS의 위기를 탄식하는 이 때 이번 시찰이 KBS 이사회 전원이 참석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가"라며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KBS, 최소한의 투명한 결정과 그 결정에 책임지는 이사회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KBS본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활동경비 100% 인상, 회의 참석수당 50% 인상, 조사연구 활동비 27% 인상"

KBS 이사회가 올해부터 이사들의 수당을 대폭 인상했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더욱 놀랍다. 신용카드로만 쓸 수 있었던 이사장의 월 활동경비 120만원은 현금 120만원을 얹어 240만원으로 올랐다. 이사들의 활동경비도 100% 인상됐는데 역시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액수가 그 절반이다. 이른바 '거마비'로 불리는 회의 참석수당은 회당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50% 인상됐다. 조사연구 활동비의 경우 이사장은 월 332만원에서 382만원으로, 이사들은 182만원에서 232만 원으로 올랐다. 월 평균 4회 정도 회의에 참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사장은 월 740여만 원, 이사들은 450여만 원을 챙기게 된 것이다. 

더구나 회사는 이 사실을 쉬쉬하며 공개하지 않았고 이미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소문을 들어 알고 난 뒤에도 진실을 감추려 했다. 왜 그랬을까? 회사 측이 작성해 배포한 2007년도 예산서에는 올해 이사들의 수당이 동결 편성돼 있다. 이사회 스스로 통과시킨 이사회 규정 제16조(경비 지급 및 예산 집행 등) 1항은 '이사장 및 이사에게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수당, 여비, 자료의 수집 분석에 필요한 경비 및 업무추진비를 지급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는 스스로 통과시킨 규정을 부정하며 '유령 예산'을 배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상폭이 너무 높다는 감사팀의 의견조차 무시됐다. 그 대담성과 신속성은 가히 놀랍다.  

이사회 측은 지난 2002년부터 동결됐던 수당을 5년 만에 한꺼번에 현실화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많아 보이지만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근거도 제시했다. 지난 4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8%, 같은 기간 직원들의 임금인상률이 18.6%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공기업은 물론이고 SBS와 EBS의 예까지 들면서 절대 많은 액수가 아니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사회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KBS 이사회는 지난해에도 공식적인 동의 절차를 거쳐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와해시키고 정권과 코드가 일치하는 '정 연주 사장 모시기'에 혈안이 됐었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염원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은 철저하게 짓밟혔다. 그런 이사회가 이번에는 물가 상승률 운운하며 기습적이고도 비밀스런 수당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심정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다. 상식과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 KBS 이사회의 특기인가?

KBS 조합원들은 경영진에게 묻는다. 이번 수당 인상은 '정연주 KBS 재입성 성공'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사회에 대한 보답인가? 아니면 삭감했다던 임원들의 임금을 슬그머니 제자리로 되돌려 준 이사회의 결단에 대한 보은인가? 이사회에는 이토록 후한 경영진이 지난해 임금협상에서는 0.1% 포인트의 인상폭을 놓고도 얼마나 강하게 조합원들을 압박했던가를 KBS 4,300 조합원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정연주 사장은 이러고도 또다시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임금 삭감을 운운하고 있다. '자가당착'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경영진과 이사회의 밀월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 달 열리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 이사회 전체가 참관을 결정했다고 한다. KBS가 국제 필름 마켓 견본시장에 참가한다는 것이 시찰의 명분이다. 모두가 KBS의 위기를 탄식하는 이 때 이번 시찰이 KBS 이사회 전원이 참석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가?

KBS 4,300 조합원은 이사회에 결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니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상식이 통하는 KBS, 최소한의 투명한 결정과 그 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이사회의 모습을 기대한다.

2007년 3월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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