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밀어줬나, KBS '인천상륙작전' 홍보기사 35건
30억 투자한 영화, 뉴스·프로그램 52건… 리엄니슨 방한, 배우근황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
2016-08-05 금준경 기자
KBS가 1년 동안 내보낸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뉴스 리포트 및 프로그램이 5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자사가 투자한 영화에 대한 '노골적인 띄우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4일 발표한 KBS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13일부터 올해 8월3일까지 KBS의 '인천상륙작전'관련 프로그램 및 뉴스 리포트가 52건이며, 그 중 영화 홍보 뉴스만 35건에 달했다.
프로그램별로 보면 52건 중 50건이 뉴스 리포트였다. 아침뉴스인 뉴스광장이 관련 보도를 18건 했으며, 이 중 15건이 영화 홍보였다. 아침뉴스타임은 관련 보도 9건 모두 영화 홍보였다. 메인뉴스인 뉴스9와 심야뉴스인 뉴스라인은 각각 6건 관련 보도를 했다. 이어 뉴스12(5건), 930뉴스(2건)순이다. 특집다큐와 남북의창을 통한 영화 소개도 각각 1건씩 있다.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52건 중 35건이 단순히 영화를 홍보하는 내용이다. 특히 오전 뉴스인 뉴스광장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언급하며 연일 '인천상륙작전' 홍보에 열을 올렸다. 8월2일 뉴스광장은 "리엄니슨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의 활발한 행보가 흥행의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면서 "리엄니슨은 영화 제작사에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흥행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자신이 이번 영화에 도움이 됐다면 영광이라고도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하루 앞선 8월1일 뉴스광장 역시 "올 여름 극장가에선 한국 영화 두 편이 경쟁하며 나란히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면서 "(인천상륙작전은) 5000대 1의 성공 확률로 6.25 전쟁의 판도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들을 담아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 리포트는 영화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 두편의 흥행을 다뤘는데 리포트 이름을 "인천상륙작전 200만...부산행 800만"으로 붙였다. 관객 800만 명을 넘긴 '부산행'보다 200만 명을 넘긴 '인천상륙작전'을 더욱 비중있게 소개한 것이다.
8월1일 뉴스광장은 "'진부한 반공영화'라는 평단의 낮은 평점에 비해 실제 관람객들은 20~3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평론과 관객의 평가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이 보도가 나오기 사흘 전인 7월29일 "평론가들이 인천상륙작전에 낮은 평점을 준 것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라"는 KBS 문화부 팀장과 부장의 지시가 내려졌다.
심야뉴스인 뉴스라인은 주연배우 이정재를 인터뷰하는가 하면 리엄니슨의 방한소식도 뉴스로 다뤘다. 7월13일 뉴스라인은 "(리엄니슨은 맥아더 장군의)트레이드 마크였던 파이프 담배와 선글라스에, 사소한 습관까지 놓치지 않는 프로 정신이 돋보였다"면서 "이달 말 개봉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을 연기한 배우 리암니슨이 우리나라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이 외에도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언급하며 6.25전쟁 관련 내용을 보도한 리포트가 10건, 영화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며 북한을 비판한 리포트는 7건으로 나타났다. KBS가 영화를 단순히 홍보할 뿐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언련은 "국민의 수신료가 재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공영방송이 1년에 걸쳐 특정 영화에 대해 52건의 홍보 보도를 쏟아냈다"면서 "이렇듯 KBS의 '인천상륙작전' 보도 물량 공세가 단순한 자사 투자 영화에 대한 광고 뿐 아니라,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S와 KBS미디어는 지난해 9월 '인천상륙작전'에 각각 20여억 원, 10억 원을 투자했다. KBS의 투자는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에 투자하기 위해 자체 조성한 펀드를 통한 것이었다. 한편 '인천상륙작전' 관련 리포트 제작 지시를 거부했던 KBS 기자들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상황에 놓였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는 시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시민의 힘에 기대어 올곧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