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회>황 회장의 공산당 전복 증거는…

[연재소설] 황혼의 상하이탄

2007-04-30     홍순도 연재작가

  "아, 뭐 좋아요. 오래 살다보니까 천하의 보밀국이라는 곳에도 다 들어와보고. 어쨌거나 영광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이곳에…" 

황 회장 역시 예의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태도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립삼 등을 대하는 자세에 권위적인 냄새가 물씬 묻어나고 있었다.
 "모르셔서 묻습니까?" 

조립삼이 황 회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윽박지르듯 다그쳤다. 언제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자세에서는 여전히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지와 자제력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천하의 보밀국 1사 사장은 괜히 하고 있는 게 아닌 것은 확실했다.
 "모르오"
 "공산당 정권, 아니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엄청난 음모를 획책하지 않으셨다는 말입니까?" 
 "허, 내가"
 "그렇습니다. 회장님이 하셨지 누가 했겠습니까?"
 "어떻게 그런 엄청난 소리를 하시오"
 "증거를 보여드릴까요?"
 "증거? 있다면 봅시다" 

황 회장의 당당함은 좀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증거라는 말에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밀국이 어설픈 증거로 자신을 몰아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게 뭔지 아시나요?" 

조립삼이 품에서 뭔가를 잔뜩 꺼내 황 회장 앞에 내밀었다. 성인의 새끼 손가락보다는 크지 않을 녹음 테이프들이었다. 황 회장은 순간적으로 강효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뜬 채 모르시겠느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황 회장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조립삼의 목소리는 갈수록 자신만만했다. 테이프 중 하나를 골라 책상 위의 소형 녹음기에 넣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소"
 "인정한다는 뜻입니까?"
 "글쎄, 그게 법정에서도 과연 유효한지 모르겠군요. 불법 도청이나 감청은 증거로서의 능력이 법적으로 광범위하게 인정되지 않는 것이 세계적 추세 아닌가요?"
 "그거야 법정에서 판단할 문제 아닐까요. 더구나 우리는 불법 도청이나 감청이 어느 정도는 면책되는 기관이예요"
 "……"
 "좋습니다. 들을 생각이 없으신 것으로 해석해 드리죠. 내용에 대해서는 묵시적 동의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고. 에, 또 이 물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립삼이 바로 옆의 도국에게 뭔가 의미심장한 눈짓을 했다. 도국이 책상 밑에서 세 장의 사진과 호신부 한 개를 꺼냈다. 황 회장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옆에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왕희발 부시장과 우원 회장 역시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회장님 안가 거실에 걸려 있는 대형 그림의 사진과 10여 년전 장학금을 주고 키운 학생들과 찍은 사진이죠. 대형 그림 사진은 샤오샤오가 찍었고 나머지 두장은 아드님이신 황징젠의 오랜 애인이자 회장님이 공을 들여 키워 경찰에 침투시킨 어느 여 경찰의 집에서 나온 것이죠. 호신부는 황징젠이 그렇게나 제거하려고 노력을 기울인 어느 한국인 친구가 우리에게 제공한 것이고요. 증거들이 더 필요하나요?"
 "……"

(다음 회에 계속)

홍순도 연재작가 mhhong1@akn.co.kr

아침신문 솎아보기

미디어오늘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