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민방 새 사업자 허가추천의 '원칙'
[기고] 이상훈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안
오는 19일 방송위원회는 새 경인민방 사업자(일명 경인TV)에 대한 방송사업자 허가추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방송위원회가 구 경인민방(iTV)에 대한 방송사업자 재허가 추천을 거부한 2004년 12월 21일로부터 무려 2년 3개월만의 결정이다. 방송위원회가 1300만 경인지역의 시청자들과 180여명의 희망조합원들, 400여 개의 경인지역 시민단체들을 실망시키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새 경인민방 사업자의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대주주 백성학이 미국 스파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결혼을 앞둔 며느리감 후보에게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문이 생겼다. 당사자는 소문이 억울하다고 하고, 그 소문의 근원지가 경쟁 집안이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고약한 것은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말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실체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스파이 의혹도 마찬가지다. 스파이에 대한 정의도 없고 정확한 사실관계도 확인할 수 없다.
첫째, 방송법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대표자나 편성책임자에 대하여는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등에 대하여 자격제한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주주에 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그런데 스파이 논쟁은 새 경인민방 사업자나 대표자, 편성책임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새 경인민방 사업자의 대주주인 영안모자의 대주주 백성학과 관련한 문제이다.
둘째, 방송법에서 대주주에 대한 요건은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 재정적 능력이 있느냐 등에 국한된다. 그런데 2006년 4월 28일 방송위원회는 15명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한 후 새 경인민방 사업자로 현재의 사업자를 선정하였다. 따지고 보면 다음 주 방송위원회의 결정은 이미 결정된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허가추천서를 교부하는 행정적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존의 결정을 뒤엎을 수는 없다.
셋째, 2006년 4월 28일 방송위원회는 종교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공정성 이행각서를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현재의 방송사업자를 새 경인민방 사업자로 선정하였다. 마찬가지로 만일 현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또 다른 편향성이 우려된다면, 방송위원회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으면 그만이다.
넷째 방송위원회는 '1300만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권 회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방송위원회는,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은 며느리인데 잘 되었다는 식으로 꼬투리를 잡는 시어머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스파이 논란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근거하여야 한다. 나도 젊었을 때 한 가닥 했다고 말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한 가닥 했던 사람은 아니다. 말과 진실은 구별해야 한다.
여섯째 스파이에 대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느 경우를 '국가기밀'로 보아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해야 할 지에 대한 독립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 선후를 바꾸어서는 안 된다.
오는 19일, 방송위원회는 더 이상 경인지역의 시청자들과 희망조합원을 외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최종 결정을 할 것을 기대한다. 설령 성에 차지 않더라도 열심히 살겠다고 하니 이제는 따뜻한 마음으로 둘의 결혼을 축복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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