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청와대 연내 이전...조선일보 "기자들 구석에 격리되나"
[아침신문 솎아보기] "尹, 기자들 질문에 귀 닫으면서 균형 감각 잃어...언론 감시 피하는 '청와궁' 말아야" 동아 "한미 연합훈련, 북 억제수단 쉽게 포기할 수 없어" 한겨레 "북, 군사당국 회담 응해야"
대통령실이 올해 안으로 청와대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전 이후에 대통령 출퇴근시 근접취재가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간으로 설계가 됐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과거 윤석열씨가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 이후 출근길 회견을 하다 그만두면서부터 균형 감각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7박10일간 G20과 중동 순방을 마치고 26일 귀국하는 가운데 이날 조간에는 대통령의 외교 관련 발언에 대한 평가가 많이 실렸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소신을 밝히면서 “한미 연합훈련은 북이 가장 예민해하는 부분”이라며 “남북간 평화 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트럼프 대통령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돈이 드는 합동 군사훈련을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방침이긴 하지만 너무 쉽게 한미 연합훈련을 포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다시 설정하고 군 당국 사이에 ‘핫라인’ 설치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언제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까지 왔다”며 “아무리 적대적인 관계라도 비상연락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군사당국 회담 제의를 거절하고 있는데 이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 이전, 기자들은 구석에 격리?
26일자 조선일보에는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의 <언론 감시 피하는 ‘청와궁’ 되지 말아야>란 칼럼이 실렸다. 그는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던 2020년 8월13일 민영방송 TBS가 아베 신조 총리의 걸음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 사실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 관저(집무공간) 현관에서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터 타는데 걸리는 시간을 매일 스톱워치로 확인했는데 그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는 내용이었다. TBS의 건강 이상설 보도 보름 뒤인 8월28일 건강상 이유로 총리직 사임이 발표됐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이런 일이 일본에서 가능했던 이유는 TBS 기자들의 기사 착상도 남달랐지만 일본 총리 관저가 언론의 감시를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이라며 “총리는 5층에, 기자실은 1층에 있었고 기자들은 현관이 있는 3층 로비까지 자유롭게 출입한다”고 했다. 이어 “각 언론사 말진 기자들은 하루 종일 로비에서 진을 치고 관저에 드나드는 이들을 관찰한다”며 “총리가 누구를 만나는지가 분(分) 단위로 다음 날 알려지는 것은 이러한 시스템 덕분”이라고 했다.
윤석열씨의 출근길 회견에 대한 평가도 담았다. 윤씨는 2022년 5월 취임해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면서 약식 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방문 중 비속어 논란과 이후 MBC와 갈등을 거쳐 반년 만에 중단됐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자폭 계엄이 잉태되기 시작한 지점은 바로 이때가 아닐까”라며 “언론을 귀찮아하고 기자들 질문에 귀를 닫으면서 균형 감각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로 이전한 이후에도 이러한 근접취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폐쇄적인 공간이고 권위적으로 설계됐다는 지적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의 명분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기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동쪽 구석의 춘추관뿐”이라 “사실상 ‘격리’된다”며 “‘청와궁’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대통령이 언론의 감시에서 벗어나 안락함에 취하기 쉬운 구조”라고 우려했다.
이에 이 신문은 “청와대 내부 취재를 일부 허용하고, 대통령이 출퇴근할 때만이라도 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청와대가 민심과 동떨어진 ‘청와궁’이 되는 것은 순식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한미연합훈련 조정 가능성, 언론의 평가는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 해외 순방 중 기내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나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26일 사설 <“한미훈련 조정 지렛대 될 수도”…억제력 없는 평화는 불가능>에서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북미 회동이 재추진되면 당장 3월 실시될 연합훈련의 축소 또는 우례를 놓고 논의가 분분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진작부터 선제적인 연합훈련 조정론을 폈는데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임한 이 대통령도 그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라고 부연했다.
이 신문은 “하지만 대북 억제를 위한 동맹의 연례 훈련을 꿈쩍도 하지 않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공짜 카드로 쓸 수는 없다”며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 마련도 급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북 억제력의 상징이자 실질적 억제 수단인 한미 연합훈련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말한 ‘싸울 필요 없는 평화 상태’도 상대가 도발할 수 없게 만드는 억제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을 이 대통령도 염두에 두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북핵 포기가 전제 조건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음을 (이 대통령이) 내비친 것인데 북한의 긍정적 검토와 전향적 태도를 촉구한다”며 이 대통령을 향해 “남북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 조건은 바로 북핵 포기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핵무기 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에 맞서야 하는 한국은 정작 자체 핵 억지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한국 스스로 핵무장을 하지 않는 한 한미 동맹과 그에 따른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우리 안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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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대통령은 북이 비무장지대 안에 철책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이 3중 철조망을 만들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 쪽으로 넘어와 경고 사격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관련해 한겨레는 “북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 국방부가 내놓은 군사당국 회담 제의에 1주일 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북은 서로 간의 ‘치명적 오판’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한 대화에 지체 없이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제안은 북이 한사코 거부하는 한반도 ‘비핵화’나 남북 관계 개선 등을 위한 정치 대화가 아니다”라며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소중한 젊은이들의 목숨이 희생되고 한반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하는 큰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사태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북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 중동·아프리카 순방 마치고 오늘 귀국
이 대통령이 26일 귀국하는 가운데 중동과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대한 평가도 조간에 담겼다. 서울신문은 “이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한국의 경제 파트너를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하는 ‘글로벌 사우스’로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순방국마다 그 나라 사정에 맞는 맞춤형 산업 협력 구상을 내놓으며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고 평가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선 마함마드 빈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만나 양국이 무기를 공동 개발·생산하기로 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는 한전과 튀르키계 원자력공사가 공동 실무단을 구성해 원전 기술·부지평가·사업모델 전반을 협력하는 MOU를 맺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재건과 카이로공항 확장 등 건설산업에 한국 참여를 요청했다.
서울신문은 “지금 세계는 에너지 안보,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등에서 원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정치권의 반원전 인식의 전환과 원전 수출을 위한 후속조치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의 중동·아프리카 신흥국 시장 개척에 가속이 붙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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