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발언 많이 할수록 국회의원 재선 가능성 높다
19대~21대 국회, 국회 회의록 통해 의원들 발언 분석 연구 "양극화 심화되는 정치 현실에서 의원 대표성 왜곡 문제" 지적
여의도에선 정치가 실종됐다는 표현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국회가 다양한 균열을 반영하며 갈등을 조정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경쟁 정당이나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공격의 언어가 많아졌고, 협치나 타협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공격 발언이 많을수록 다음 선거에서 재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전예성 학생과 같은 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백영민 교수가 쓴 논문 ‘국회의원은 왜 공격 발언을 하는가? 공천·재선가능성을 중심으로’(언론과학연구 9월 게재)를 보면 공격발언 비율이 높은 국회의원일수록 다음 대수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가능성과 재선가능성이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지난 19~20대, 20~21대, 21~22대 국회 본회의, 상임위와 국정감사 등 주요 일정에 대한 회의록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발언을 조사했다. 욕설뿐 아니라 어조, 감정의 강도, 표현의 정도 등을 고려해 ‘공격 발언’을 선정했고 정치인들의 정치적 보상으로는 국회의원 ‘공천’과 ‘재선’으로 정했다.
연구 결과 “의원들의 공격 발언은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고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전략적인 행동”으로 해석됐다. 기존 연구에서도 공격 발언은 당내 지도부나 지지층을 상대로 자신의 당파성을 드러내면서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연구자들은 “공격 발언 비율이 높은 국회의원일수록 공천과 재선가능성까지 높게 나타나는 점은 양극화가 심화되는 한국정치 현실에서 국회의원의 대표성 왜곡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공격 발언 비율이 낮은 의원일수록 정파성이 약하거나 온건한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립적 정치성향을 지난 유권자를 대표할 의원의 국회 입성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해외에서는 국회의원이 여성일수록 공격 발언 비율이 감소한다는 기존 연구도 함께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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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에 따라 공격 발언 비율이 달라진 점도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주요 진보정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 대수가 높아질수록 공격 발언 비율이 조금씩 낮아졌는데 보수정당 소속 의원들의 공격 발언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국회에서 발언량이 많은 의원일수록 공격 비율이 낮아진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연구자들은 “이는 국회 내 공격 발언이 단순히 발언량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말실수 수준에 머무르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의도를 가지고 언론에 주목을 받기 위해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원들의 공격 발언 비율과 공천·재선가능성의 관계는 19~20대, 20~21대, 21~22대 국회에서 모두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해당 연구의 한계로 의원들의 국회 회의 발언만 분석한 점을 들었다. 의원들의 공격 발언이 미디어에서 얼마나 주목받는지, 미디어를 통해 공격 발언을 접한 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회 회의 말고 다른 곳에서도 공격 발언을 수행할 수 있고 이러한 발언이 공천이나 재선 가능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의원들의 공격 발언이 의원 개인의 자질이나 인성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란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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