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유로 공영방송 폐지" 위험한 선례에 맞선 변호사

[인터뷰] '서울시 TBS 출연기관 해제 처분 취소 소송' 공익변론 맡은 소현민 변호사 "지방출자출연기관의 공익적 성격에 따른 제도 설계, 법원이 고려한다면 승소 가능"

2025-11-25     정민경 기자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위민 사무실에서 소현민 변호사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지난 10월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이 “TBS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행안부가 지난해 9월 행한 TBS 출연기관 해제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TBS의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출연기관 해제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음에도 행안위가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안위가 방통위와 협의하지 않은 것은 지방출자출연법 제5조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출연기관 지정해제 고시 가처분 신청 소송’(서울시 출연기관 해제 취소 소송)을 진행했다. 노조는 행정소송과 함께 감사원 공익 감사도 청구한 상태다. 

이 사건을 맡은 소현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관련 법령에 따른 출연기관 해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서울시의회가 설립·운영조례를 폐지하자 서울시가 출연기관 해제를 요청했고 행안부가 이를 고시했다. 주무기관인 방통위는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제동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소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소속으로, 해당 사건을 공익변론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위민 사무실에서 소현민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TBS 행안위 ‘출연기관 해제 처분 취소 소송’을 맡게 된 구체적 계기는.  
“TBS가 2023년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당시, 미디어언론위원회 전 위원장이었던 이강혁 변호사님께서 소송을 수행하셨던 것을 보았다. 안타깝게도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TBS의 노동조합이 소를 제기한 건인데 사측이 소를 제기하지 않아 ‘원고 적격’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되었다. 당시 안타까운 생각이 있었고, 이번에 다시 서울시 출연기관 해제 취소 소송을 한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되었다. 다른 언론 관련 사건들과 달리, 방송법이나 언론의 자유 영역뿐만 아니라 지방출자출연법이라는 행정법 사안이라서 다른 돌파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TBS 사안이 다른 공영미디어·지방자치단체 사건과 비교했을 때 가지는 특수성이 있다면. 
“넓게 보면,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구성원이나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기관을 고사시켜버리려고 했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보통 언론 소송은 정정보도나 손해배상 청구가 많고, 경영구조에 관련한 임원 지위에 관한 소송들이 다수다. 그런데 TBS의 경우 서울시가 방송사를 고사시키려고, 공익적 성격을 가진 출연기관을 버리듯이 처리하려고 한 이례적인 사안이다. TBS가 비교적 규모가 작고, 30년 동안 서울시 산하로 있다가 2020년 출연기관으로 전환했음에도 서울시에 재정의 70%를 의존하고 있고 경영진도 모두 서울시장이 임명하는 등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본보기로 고사시키려고 했던 것 아닌가 싶다.”

▲지난 7월28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TBS 출연기관 해제 조치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출연기관 해제 과정의 위법성을 설명하고 있는 소현민 변호사. 사진=정민경 기자. 

-법적인 관점에서 출연기관 해제 과정의 쟁점을 꼽는다면.  
“법적인 관점으로 보면, TBS가 지방출자출연기관이라는 점이 특수하다. 지방출자출연법에 따라 지정된 지방출연기관을, 관련 법에 따라 출연기관의 성격에서 벗어나게 하는 아무런 필요한 조치 없이, 단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조례를 폐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출연기관에서 해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 쟁점이다. 우선, 지방출자출연법상 지방출연기관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단순히 자금을 출연받는 민사적 관계에 놓인 것이 아니라,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출연기관으로 지정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본청 지방출연기관 16곳은 서울의료원, 서울연구원, 재단법인 서울경제진흥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이 있다. 지방출자출연법 취지상 제24조 제2항의 해산·민영화 등에 ‘필요한 조치’로 출연기관으로서의 실체가 변한 뒤에야 출연기관에서 해제하는 것이 타당한데, TBS의 경우 이러한 절차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 문제다.”

-현재 진행 중인 행안부의 출연기관 해제 처분 취소 소송은 어떤 단계인가. 
“첫 번째 기일을 진행하고 12월에 두 번째 기일이 예정되어 있다. 우선 소송요건에서 원고 적격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는 이유로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한 채 각하될 위험도 있다. 이 사건 소송은 TBS 양대 노조가 제기했는데, 서울시장이 임명한 TBS 경영진으로서는 서울시의 의중을 거스르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서는 사측이 소송참가라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만약 본안 판단을 받을 수 있다면 지방출자출연법에 따른 적법 절차를 거쳤는지가 문제될 것이다. 피고(행안부) 주장의 핵심은 지방출자출연법상 아무런 조치 없이 곧바로 해제가 가능하다고 규정되어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향후 어떤 선례나 기준을 남길 수 있다고 보는가.
“방송법에 따라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방송사의 경영구조 변경이나 해산은 할 수 없으니까, 더 쉽고 통제가능한 ‘출연기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사실상 방송사를 고사시키고 있다. 이는 민영화된 방송사들이 경영진의 간섭으로 인해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받는 것과 결과적으로 같은 일을 지방자치단체가 더 높은 강도로 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하여 설립한 공영방송임에도, 서울시장과 반대되는 정파의 방송인이 방송을 진행했다는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공영방송을 폐지할 수 있다는, 출연기관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이번 소송은 법리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소송의 결과를 떠나서 만약 법원에서 이를 달리 판단한다면 이는 지방출자출연기관이나 공영방송에 대한 제도적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어서 보완 입법이 필요한 내용이다.”

▲지난 7월28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TBS 출연기관 해제 조치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출연기관 해제 과정의 위법성을 설명하고 있는 소현민 변호사. 사진=정민경 기자. 

-이번 소송의 향후 일정 및 전망을 예측한다면.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법원에서도 판단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지방출자출연법상 지방출자출연기관의 공익적 성격에 따른 제도적 설계에 대해 법원이 충분히 고려해준다면 승소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역시나 원고 적격이 문제다. 승소하는 경우에는 쟁송 취소의 효과를 통해 과거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된 것이 소급해 무효가 되므로 그간 운영비용에 대한 처리가 가능한 근거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서울시의회와 행정안전부를 통해 다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와 지방출연기관의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적 결단 없이는 사실상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TBS 구성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아 TBS가 이렇게까지 온 것을 모두 잊지 않고 문제제기하고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언론계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연대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정치적인 이유로, 한순간에, 더군다나 지역 공영방송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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