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3사 vs JTBC,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협상 갈등 최고조
JTBC "지상파 비밀유지확약서 제출 거부, 보편적 시청권 무시하나" 지상파 "무리한 입찰, JTBC 홀로 보편적 시청권 확보했다더니…"
JTBC가 자신들이 확보한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재판매를 두고 지난 4월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을 상대로 공개입찰을 두 차례 진행했음에도 협상에 난항을 겪자, 최근 비공개 입찰을 한차례 진행했는데 이마저도 결렬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지상파3사(KBS·MBC·SBS)가 입찰에 정식 참여하지 않아 계약을 맺지 못하자 중앙그룹의 스포츠사업전문회사 피닉스스포츠인터내셔널 주식회사 PSI는 지난 24일 “지상파3사가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상파3사는 “구체적인 입찰 조건과 비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일방적 계약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SBS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 방송법 위반 신고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9년 6월 JTBC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개최되는 올림픽의 한국 중계권을 확보했다. JTB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계약으로 2026·2030년 겨울올림픽과 2028·2032년 여름올림픽, 이 기간에 열리는 유스 올림픽의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됐다. 2024년 10월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계약에 따르면 중앙그룹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과 2030년 남미·유럽 6개국 월드컵 이외에도 2027년 여자 월드컵, 2025년과 2027년 각각 열리는 U-20 월드컵의 한반도 내 중계권을 갖는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부터 2차례 공개입찰에도 PSI와 지상파3사가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방미통위가 한차례 지상파3사와 PSI 간 만남의 자리를 주선했으나 PSI 측 불참으로 무산됐다. PSI 관계자는 지난 24일 미디어오늘에 “비공개 제한경쟁입찰을 진행할 당시 또 한차례 만남 주선이 있었는데, 입찰 진행 중이라 만남에 응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PSI 측은 지상파3사가 별다른 이유 없이 비밀유지확약서 제출을 거부했고 비밀유지확약서 내용을 수정하려는 요구가 반복됐다며 지상파 3사를 비판했다.
PSI 측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비밀유지확약서(NDA) 체결을 협상의 기본 전제로 삼고, 상호 동등한 조건 아래에서 개별 방송사와의 입찰 및 협상을 추진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상파3사 간에 비밀유지확약서 위반에 해당하는 긴밀한 정보 공유 및 담합으로 인한 입찰방해 행위로 보이는 불미스러운 정황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BS와 MBC를 겨냥해 “공영방송으로서 핵심적 책무인 국민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상파3사는 PSI가 여러 행사를 묶은 ‘패키지’로 무리하게 판매하려 한 점과 비밀유지확약서에 무리한 내용을 담은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SBS 관계자는 지난 24일 미디어오늘에 “PSI 측에선 동계올림픽 등에 대한 (3차) 입찰 공고를 낸 바가 없다. 따라서 입찰에 불참한 사실도 없다”라고 PSI 측 주장을 일축했다. SBS 관계자는 “PSI 측에서 입찰 의향서를 먼저 요구했고, SBS는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입찰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후 한 차례 만남이 있었지만, PSI가 구체적인 입찰 조건과 비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말한 뒤 “방미통위가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지상파 3사와 PSI의 회의를 주관하려 했지만, PSI가 두 차례나 참가를 거부해 무산됐다”라고 덧붙였다.
SBS 측은 “무리한 패키지 입찰을 강행한 이후 세 번에 걸친 SBS의 협상 요청을 거부하는 등 일방적으로 협상을 무산시켜 왔다. SBS는 JTBC가 보편적 시청권 확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방미통위에 방송법 위반 신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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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관계자는 지난 24일 미디어오늘에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 확보 당시 보편적 시청권 침해 우려에 자신들이 전체 가구 95% 이상이 JTBC를 시청하고 있다고 말해놓고 지상파가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그룹과 PSI는 회사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밀라노 올림픽을 8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 뒤늦게 재판매에 나섰고, TV사업자만 유독 컨소시엄 구성을 금지하고, 3분의 1 또는 2분의 1의 중계방송권리만을 인정하는 사상 유례없는 불공정한 조건을 제시했다”라고 비판한 뒤 “PSI 측이 최종 비공개 입찰을 진행하면서도 비밀유지확약서에 비밀유지 등이 깨질 경우 지상파 각사만 두고 일방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책임은 쌍방이 져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상파3사 안팎에선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어 중계권 구매에 소극적인 모습도 감지된다. JTBC의 경우 중계권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야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방미통위는 중재나 사실조사 등 적극적 개입은 하지 않는 모양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지난 24일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양측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응 방안을 묻자 “현재 상황에서 예단해 답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방미통위 위원 구성이 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요 국제경기는 지상파3사가 공동으로 중계권을 확보했지만 JTBC가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곳 중 최초로 단독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지상파3사가 속한 한국방송협회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훼손”한다고 비판하며 “지상파3사는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를 조직해 과당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중계권료 인상을 막고 이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에 JTBC는 2019년 “TV를 시청하는 96.7%(전체 가구 중 유료 방송 수신가구 비율)는 JTBC의 가시청 가구라 할 수 있어 이미 법령이 정한 기준을 넘어섰다”라고 반박했다. 방송법상 동·하계 올림픽 중계는 국내 가구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법적 대응도 이어졌다. 지상파3사는 지난 5월9일 서울서부지법에 중앙그룹과 PSI가 방송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며 가처분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지상파3사는 무리한 패키지 입찰과 지상파3사 협력 금지 조항 등을 문제로 제시했으나 서부지법은 방송법상 금지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난 6월20일 중앙그룹은 지상파3사가 2011년부터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올림픽과 월드컵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장기간 담합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지상파3사 중 한 곳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면 다른 2개사에 300억 원씩 ‘위약벌’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이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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