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변인 소수자 차별 선동, 단호하게 비판해야
[비평] 17~18일자 주요 신문 지면에선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아…정치적 공방 보도 여전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 문제”라는 주장을 비롯해 기사에 옮기기 어려운 발언들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지난 16일 밤 페이스북에 “장애인이라고 과대표돼선 안 되며 특정인에게 특혜를 줄 이유도 없다”고 했고 17일에도 형식상 사과문이면서도 “여성·장애인 정체성을 방패로 세우는 행위를 비판한 것”이라고 뒤끝을 남겼다. 정치인의 이러한 소수자 공격을 통상 혐오 선동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신문 지면은 조용했다. 18일 조간 신문 지면에 박 대변인의 혐오 발언을 비판적으로 담은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다. 한겨레는 5면 <장애인 비하·장기이식법 음모론…김예지, 국힘 대변인 고소>란 기사에서 김 의원이 박 대변인을 비판한 SNS 게시글과 박 대변인이 장기이식법 개정안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고소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날 경향신문은 사설 <장애인 너무 할당해서 문제라는 국힘 대변인의 ‘망발’>에서 “공당 대변인이 노골적으로 장애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다니 참담하다”며 “이런 정치인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의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논란’으로 처리했다. 정치면 기사 제목을 <국힘 미디어대변인 “장애인 비례대표 할당 과해” 논란>으로 뽑았는데 명백한 문제 발언을 양당의 논쟁 내지 정치 공방처럼 다루는 문제는 정치권 기사의 고질적인 문제다. 해당 기사는 김 의원의 주장과 박 대변인의 발언, 박 대변인의 사과와 국민의힘의 공지 내용을 건조하게 정리했다. 전날인 17일 문화일보도 <국힘 대변인 “장애인 할당 너무 많아 문제”>라며 박 대변인의 문제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고, 부제에서는 “박민영, ‘김예지 겨냥’ 발언 논란”이라고 달았다.
해당 언론보도에서 의미를 짚지 않은 대목은 박 대변인이 사표를 냈지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를 반려하며 ‘엄중 경고’만 한 대목이다. 이는 박 대변인을 계속 미디어대변인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결정으로 사실상 박 대변인의 발언을 용인하는 셈인데 이러한 정치적 의미까지 해석해주진 않은 것이다. 여타 주요 일간지에서 이 사안을 지면에서 다루지 않은 점도 생각해볼 지점이다.
반면 온라인 기사로는 뜨거운 이슈였다. 박 대변인의 발언을 ‘정치인의 막말’ 정도로 지면에서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으면서도 여성과 장애인 차별 발언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자극적인 소재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대부분 매체에서는 박 대변인과 김 의원의 공방으로 제목을 뽑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대변인의 부적절한 발언 일부를 그대로 제목으로 뽑기도 했다. 물론 해당 발언을 비판하는 매체도 많았다.
주목할 만한 기사도 있다. 오마이뉴스는 <또 사고 친 국힘 대변인…김예지 의원 향해 장애인 혐오 발언>에서 박 대변인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부터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 출신인 박 대변인이 과거에는 어떠한 부적절한 언행을 했는지도 기사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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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18일 온라인 기사 <이런 김예지 의원에게 “지가 뭔데”라고요?>를 통해 김 의원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것을 두고 마치 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특혜를 받은 것처럼 박 대변인이 주장한 것을 반박했다. 김 의원이 지난 국회부터 어떠한 일을 했는지, 어떤 법안을 발의했고, 이를 넘어 장애인 국회의원으로서 한국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박 대변인이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김 의원을 비판한 맥락을 보면, 김 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말을 하다가 나온 장애인 비하 표현이었다. 여기서 당론은 윤석열씨의 비상계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는 것인데 결국 박 대변인은 윤씨의 내란 혐의를 옹호하기 위해 김 의원을 향해 여성·장애인을 비하하며 비례대표제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발언했다. 한겨레 해당 기사는 이러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데 필요한 뉴스로 평가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정의당 등 정치권에서는 박 대변인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 논평을 내고 있다. 사표를 반려한 장 대표나 “자그마한 일”이라며 혐오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태도로 인해 당분간 박 대변인의 여성·장애인 차별 발언에 대한 비판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계해야 할 해석은 박 대변인이 한동훈계인 김 의원을 비판한 것을 두고 마치 계파 갈등처럼 이 사안을 다루는 일이다. 한국기자협회 등 여러 언론단체에서 만든 저널리즘 윤리 강령을 보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이나 정치적 입장에 대한 논쟁이 아닌 명백한 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기계적 중립이나 단순 사안 전달 보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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