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변인, 김예지 의원 장애 비하 일파만파…장동혁도 '엄중 경고'

"눈 불편 말고는 기득권" "장애인 너무 많이 할당" "배려 당연하다 생각" 여성단체-정당 "사퇴하라, 혐오확성기냐"…박민영 "과격 표현 사과"

2025-11-17     조현호 기자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지난 12일 유튜브 감동란TV에 출연해 같은 당의 김예지 비례대표 의원 장애에 대해 비하하고 있다. 사진=감동란TV 영상 종이의TV서 재인용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유튜브 채널에 나가서 장애인 비례대표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 ‘장애인에 너무 많이 할당했다’, ‘배려를 당연하다 여긴다’ 등 장애인 비하와 조롱하는 발언을 쏟아내 일파만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엄중경고한다고 비판했고, 여성단체와 다른 정당에서도 즉각 사퇴하라는 성토가 터져나왔다.

유튜브 종이의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브 ‘감동란TV’에 출연해 김예지 의원을 비하하는 진행자 발언을 두둔하면서 “국민의힘에서 왜 공천 달라고 구걸을 하느냐”, “국회의원 특권은 누리고 싶고 비례대표로 꿀은 빨고 싶고 근데 민주당 가면 공천 안 될 것 같고 왜냐면 민주당에 널리고 널린게 김예지 과거든”이라고 비하했다.

박 대변인은 “당론을 제일 많이 어기는게 김예지예요. 저는 그런 배은망덕한 사람 처음 본다”, “장애인 너무 많이 할당을 해서 전 문제라고 본다. 좀 적당히 해야 돼요. 저는 전문가를 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장애인이라 주체성을 가지는게 아니라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라고 했다. 그는 이어 “김예지 같은 사람이 눈 불편한 거 말고는 기득권”이라며 “돈 있고 학력 있고 본인이 뭐가 부족하게 자랐나. 오히려 자기가 그런 일부 약자성을 무기 삼는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해당 유튜브 운영자는 “김예지는 장애인인 것을 천운으로 알아야 한다”라고 비하하자 박 대변인은 “진짜 그렇죠”라며 제지는커녕 편승하기도 했다.

장애인 비하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국민의힘도 경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박민영 미디어대변인 보도와 관련 당사자에게 엄중 경고했고, 대변인단을 포함한 당직자 전원에게 언행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국민의힘 공보실이 이날 오후 출입기자 단체SNS메신저에서 전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6일 논평에서 장애와 여성에 대한 혐오 인식을 드러낸 박 대변의 즉각 사퇴와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율이 약 1% 수준에 불과한데도 할당제를 문제 삼으며 장애인을 정당 정치의 “과잉 할당된 존재”로 보는 시각은 구조적 차별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인식이라고 비판했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역시 성별 균형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데도(20%) 할당제를 ‘무의미한 특혜’로 치부하는 태도는 여성 정치인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제도의 본질을 폄훼한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전수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에서 “장애인 국회의원 1%를 ‘과도하다’ 말하며 의도적 혐오로 조롱을 일삼다니, 국민을 대표하는 대변인이 맞느냐”라며 “혐오의 확성기를 자처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전 대변인은 “이런 수준의 혐오와 패악을 일삼는 대변인을 계속 세울 것이냐”라며 “혐오의 방치는 동조임을 잊지 말라”라고 촉구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17일 페이스북에 “장애인 할당이 많다고 주장한 것은 국회 전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 비례대표 중 당선권(20번 미만)에 장애인이 3명이나 배정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김예지 의원은 비례대표로만 두 번이나 당선되었기에 ‘과대표 되었다’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해의식’ 표현을 두고 박 미디어대변인은 “김예지 의원이 장기기증법 개정 등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장애인이고 여성이기 때문에 더 공격을 받는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일 뿐 혐오와는 무관하다”라고 썼다. 그는 “그럼에도 일부 과격하게 들릴 수 있는 표현들에 대해선 사과드린다”라며 “선을 지키지 못한 측면들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유 불문 공당의 대변인이라는 직함에는 걸맞지 않는 발언들이 있었고 언어의 부적절성에 의해 내용의 정합성마저 부정당하게 만든 것 또한,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며 “앞으로는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엔 “뭐만 하면 무지성 혐오몰이 하는 스테레오타입부터 벗어야 한다”라고 되레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잘못했으면 사과부터 함이 당연할진대, 발끈하여 들어주기 어려운 망발을 계속한다”라며 “’무지성 혐오몰이’가 아니라 명백한 ‘혐오비하’”라고 비판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미디어오늘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