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진 방송통신위원회
[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521호 사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설치법이 통과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가 2023년 여름 ‘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부터 방통위 폐지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의 등장은 합의제 미디어 기구 파행으로 이어졌고,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된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통위에서 벌어진 ‘가짜뉴스’ 대응, 보도전문채널 민영화, 공영방송 이사 졸속 선임 등은 방통위 해체를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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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통위가 방통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의사결정 구조가 기존 여야 3대2에서 4대3으로 숫자만 달라졌을 뿐, 여권 우위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족수 규정을 손봤다고는 하지만 정치권 영향력은 그대로여서, 전문성 없는 이들이 방송미디어통신 정책을 놓고 여야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방통위원장으로서 결격사유가 넘치는 이진숙 위원장의 임기를 이제라도 끝내고, 공영방송의 정치 독립을 위한 방송3법 개정 후속 조치에 나설 수 있게 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
향후 방미통위에 놓인 과제가 많다. 당장 YTN 졸속 민영화와 법원이 무효화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필요하다면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 수년간 정체된 방송미디어통신 법제를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맞게 개정하고 OTT를 규율할 수 있는 통합미디어법(가칭)도 빠르게 주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향후 7명의 위원 선출 과정에서 ‘제2의 이진숙’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합의제 미디어 기구가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방미통위는 방통위보다 더 빨리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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