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불가능…구할 방법이 없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美 재무장관 만난 이 대통령 '상업적 합리성' 강조 조선 "끝까지 조용하게 협상해야" 한겨레 "급하다고 섣불리 합의 안돼" 금융위 해체 무산에 한겨레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 위한 조직개편 차질" 동아일보 "간판 내리는 검찰청, 총장 출신 대통령 막 내린 지 115일 만"

2025-09-26     박재령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유엔총회로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관세 협상 관련 “상업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투자처를 지정하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현금’ 방식으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3500억 달러 현금투자는 불가능”이라 했고 한겨레는 “급하다고 해서 국익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에 합의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이 만난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외환시장을 담당하는 주무 장관이다. 이 대통령과 3500억 달러 투자와 통화 스와프 체결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에 “최근 미국과 일본의 합의가 있었지만, 한국은 경제 규모나 외환시장 인프라 등에서 일본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은 최근 5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합의했지만 한국에겐 3500억 달러 투자가 외환 보유액의 85%에 달하는 수준이라 실제 투자가 이뤄진다면 한국의 통화 안전성이 위험해지는 상황이다.

“3500억 달러 청구서, 협상 때와 말바뀌었다”

이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이 만난 것을 놓고 경향신문은 1면에 <이 대통령 “대미투자 상업적 합리성 중요”>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1면에 <美 외교무대서 불거진 ‘한미 관세 협상 갈등’>이라 했다. 조선일보가 한미 갈등을 강조한 모습이다. 동아일보는 <李 만난 베선트, 트럼프에 ‘韓 통화 스와프’ 요구 전하기로>가 1면 제목이다.

▲ 26일자 중앙일보 1면 제목.

중앙일보 1면 제목은 <3500억 달러 청구서 “협상 때와 말바뀌었다”>이다. 뉴욕 현지에서 브리핑을 진행한 김용범 실장은 미국이 요구하는 직접투자 방식은 당초 합의 내용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협상 당시엔 3500억 달러 투자 펀드가 대부분의 대출, 보증으로 이뤄져 있고 일부가 직접투자라고 인지했지만 이후에 미국 측이 현금투자로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1면 <한미 관세협상 “중대 분수령”… 통화스와프엔 “필요조건”> 기사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 “미국의 답이 있어야 (협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통화스와프는)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한 김용범 실장의 브리핑을 전했다. 통화 안전성을 보장하는 통화스와프가 협의가 돼야 협상이 진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겨레는 5면 <이 대통령, 외교안보 여론전… ‘교착’ 통상협상 돌파구 모색>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정상 만찬에 가는 대신 미국 내 외교·안보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찬에 초청해 만난 것도 이번 방미 기간에 이 대통령이 주력했던 외교 전략을 보여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받는 대신 현지 여론 설득에 주력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문제 근본 원인”

조선일보는 사설 <3500억달러 현금 투자는 불가능, 다만 조용히 설득해야>에서 “우리가 3500억 달러라는 현금을 구할 방법이 없다.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한국은 그에 따라 현금을 내기만 하라는 것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 26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일본도 같은 조건이라지만, 일본은 1조3000억달러의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기축통화국 지위, 미국과 통화 스와프까지 가진 나라”라며 “우리와는 비교 불가”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 능력을 너무 넘어선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면서도 “협상이 외부로 큰 소리를 내며 부딪치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 자칫하면 자동차는 물론 반도체·의약품 등의 주력 수출품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끝까지 조용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상업적 합리성·통화스와프·비자, 대미 투자 최소조건이다> 사설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과 ‘상업적 합리성’, 비자 해결은 대미 투자의 3대 선결 조건이다. 결코 무리한 주장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당한 요구”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일본의 3분의 1에 못 미치고 미 국채보유액도 일본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상대국의 형편을 헤아릴 줄 모르는 미국 태도”라고 했다.

한겨레는 <통화스와프와 ‘상업적 합리성’, 관세협상 두 원칙 지켜야> 사설에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자동차 관세가 15%로 이미 인하된 상황에서 한국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급하다고 해서 자칫 국익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에 합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 해체 무산… 한겨레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 차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핵심으로 논의된 검찰청 폐지, 기획재정부 분리 등의 내용은 반영됐지만 금융위원회 해체 등 금융조직 개편안은 빠졌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융 관련 정부조직이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황에 방치되는 것은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 26일자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3면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 추진 차질 기재부 금융산업정책 없어 약화> 기사를 통해 금융위 해체가 무산된 것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 한겨레는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며 “예산 기능이 분리되는 재정경제부는 금융산업정책 이관마저 무산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같은 조직 개편을 놓고 5면 <당정, 野 핑계대며 “금융개편 안 한다”는데… 돌고돌아 李 뜻대로?> 기사를 통해 “정부 안팎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개편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 각각 이억원 전 기재부 차관과 이찬진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때부터 ‘없어질 부서에 왜 인사를 하냐’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 대통령과 사시 18회 동기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은 측근”이라고 보도했다. 또 “대통령이 취임 4개월간 지켜보니 현 금융 당국이 쓸모 있다고 여긴 것 같다”는 금융 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했다. 

중앙일보는 5면 <거여의 입법독주…‘검찰청·방통위 폐지법’ 오늘 본회의 처리> 기사에서 ‘거여 입법독주’를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은 166명 전원 명의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뒤인 26일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라며 “정의당, 조국혁신당 등을 포함한 범여권 의석 수가 180석 이상이라 가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 26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동아일보는 1면에 <78년만에 간판 내리는 검찰청> 기사를 내며 검찰청 폐지 소식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검찰은 전현직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 기업인 등을 수사하면서 권한을 키웠지만 정치 권력에 따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고, 내부 비리를 눈감는다는 비판으로 정치권으로부터 개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3년 대검 중수부 폐지, 2019년 공수처 설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던 정부가 막을 내린 지 115일 만에 검찰은 ‘검찰청 폐지’라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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