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1주기, 남은 자들의 책임
[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519호 사설
지난 15일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의 1주기였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의 바람은 두 번 다시 오씨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것이었다.
고용노동부는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 ‘괴롭힘은 있었지만 노동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씨는 직장에 다녔으나 직장인이 아니었고, 피해는 입었지만 피해자는 아니었다. ‘무늬만 프리랜서’들의 노동 현실을 드러낸 참담한 결론이었다.
오요안나씨는 기상예보 준비 과정에서 MBC 정규직 직원들과 협업했고 MBC는 직접적으로 업무에 개입했다.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오씨가 MBC 근무 당시 경위서를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오씨는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문화 속에서 괴롭힘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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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의 사망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고용노동부도, MBC도, ‘무늬만 프리랜서’의 현실도 달라진 것은 없다. 이 때문에 오요안나씨 유족이 단식에 나섰다. 방송계 곳곳에 있을 또 다른 오요안나들을 위해서다. 그런데 MBC는 유족이 요구했던 기상캐스터 정규직 채용 대신,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노동 존중’을 보도해야 할 공영방송의 민낯이다.
거듭되는 판례는 ‘무늬만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그 어떤 정부보다 ‘노동 존중 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시대가 달라졌다. MBC는 이제라도 유족과 제대로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 고용노동부는 책임 있는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 1주기를 계기로 방송비정규직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꿀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남은 자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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