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증시 기사 계약 후 "기사 함량 미달" 계약 파기...법정으로
AI 증시 기사 제공 업체, "돌연 계약 해지 부당" 8400만원 배상 요구
한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가 AI 시스템으로 증시 기사를 제공하는 업체와 용역 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여 만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1년 넘게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법원이 합의하라고 강제조정까지 했으나 이 매체가 거부해 양측은 다시 본안소송 중이다.
경제매체 딜사이트(대표 이승호)와 AI 기사 서비스업체 타키온월드(대표 조호진)는 지난해 2월15일 △조호진 대표의 딜사이트 편집국 부서 운영 및 기사 콘텐츠 강화 업무 △매출 증대 지원 △전자공시 서비스(타키온의 로봇 증시 기사를 딜사이트에 1년간 제공) △매월 800만 원 지급 등의 용역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두 달도 안 된 그해 4월4일 돌연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조호진 대표는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나머지 계약기간에 해당하는 용역 대금 84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조 대표가 낸 소장을 보면, 딜사이트 측의 계약 해지 사유는 △타키온 로봇(AI) 증시 기사의 함량 미달 △조 대표의 편집국 사무 지원 함량 미달 △조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서 한 허위 사실 유포였다.
조 대표는 소장에서 로봇 기사를 계약 체결 전 두차례 시현했고, 타키온의 공시 검색사이트의 계정을 딜사이트 측에 발급해 40일간 시간을 준 뒤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계약 전 검증을 통해 여러 문제점이나 불만을 얘기하지 않고, 이후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 계약 파기 요구 전날까지 로봇 기사의 어떤 문제점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썼다.
조 대표는 “용역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갑자기 함량 미달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러한 해지사유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라고 항변했다. 허위사실 유포는 조 대표가 지난해 4월4일 딜사이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LIG 넥스원 최대 주주를 LIG가 아닌 국민연금으로 오보 방송을 낸 사례다. 조 대표는 “착오로 방송한 사실을 인지해 방송 완료 후 댓글로 정정하였을 뿐, 고의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2월 딜사이트가 타키온에게 3500만 원을 지급하는 강제조정을 했으나 딜사이트 이상호 대표가 지난 4월3일 이의신청함에 따라 조정이 불성립했고, 다시 본안소송으로 돌아온 상태다. 조호진 대표는 딜사이트의 계약 파기를 두고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승호 딜사이트 대표는 조 대표가 작성한 기사의 함량 미달과 방송 오보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월6일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계약의 첫째 목적은 조 대표가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춘 양질의 기사를 취재하고 작성하여 피고에게 납품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조 대표 측으로부터 AI 시스템을 통해 기업공시 자료를 제공받는 것인데 이는 조 대표의 기사 작성의 기초 자료 제공일 뿐”이라며 “기사 콘텐츠의 신뢰성, 정확성이 용역 계약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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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계약 해지 사유와 관련 “조 대표가 편집국 합류 후 작성한 5개의 기사가 사실과 다르거나 기사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4월4일 딜사이트 유튜브 방송에서 ‘LIG넥스원 최대주주 변경’ 오보 사례를 들어 “조호진 대표가 방산기업인 LIG넥스원의 최대주주를 국민연금으로 잘못 판단하고 방송을 진행하여 벌어진 명백한 ‘보도 사고’였다”며 “신뢰도 추락을 피하지 못하게 되었고, 해당 방송분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썼다. 이 대표는 “더 이상 이 사건 용역 계약을 유지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조호진 대표는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딜사이트 TV(유튜브) 패널 출연은 구두로만 합의했을 뿐 계약서에는 없다”라며 “혼자 방송을 준비하다 보니 이름을 잘못 얘기했으나 그것 때문에 계약 해지한다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말했다. 5건의 기사가 함량 미달이라는 주장을 두고 조 대표는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뉴스 가치의 판단으로 자신들이 출고하지 않은 것”이라며 “본인들이 함량미달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계약 파기의 사유는 될 수 없다”라고 했다.
AI 증시기사의 경우 ‘지분’이 백분율(%)이 아닌 액수로 표기된다거나 예를 들어 무담보를 뜻하는 ‘- 담보’가 기사에 그대로 표출되는 등 일부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게 딜사이트의 입장이다. 이에 조 대표는 “분량을 줄이다 보니 어색한 표현은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일부 고치겠다고 했는데 그 다음 날 계약 파기했다”라며 “그럼 계약하기 전에 검증하는 동안 왜 아무 얘기도 하지 않다가 계약 후 체결 한 달 뒤에 문제를 삼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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