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없어도 상관없다...해외는 FAST-TV의 시대?
광고 기반 무료 영상 플랫폼 FAST-TV 해외에서 활황 SM타운 채널 하루 평균 20만 명 시청…K-콘텐츠 교두보 "크리에이터 지원 필요" 낮은 국내 인지도·광고주 모집은 한계
삼성·LG 스마트TV만 있으면 유료방송이나 OTT에 가입하지 않고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무료로 아이돌그룹 에스파 뮤직비디오, 영어·스페인어로 더빙된 KBO 프로야구 중계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FAST-TV가 주요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통해 K-콘텐츠 확산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공약에서 FAST-TV를 통해 K-콘텐츠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정부 지원책도 이어지고 있다.
李, FAST-TV K-콘텐츠 해외진출 교두보로
FAST-TV(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는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IPTV나 케이블SO, OTT를 가입하지 않고도 무료로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TV뿐 아니라 스마트모니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 FAST-TV에 접속할 수 있다. 연합뉴스TV·YTN 등 보도전문채널이 생중계되고 있으며 ‘무한도전’·‘삼시세끼’·‘1박2일’·‘야인시대’ 등 예능 프로그램·드라마와 만화·유튜브 채널도 송출되고 있다.
한국은 IPTV·케이블SO 가입이 보편화돼 있어 FAST-TV 이용률이 저조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선 보편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회사가 FAST-TV를 운영하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파라마운트·로쿠·폭스·아마존·월마트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FAST-TV 사업을 운영 중이다. 2027년 전 세계 FAST-TV 이용자는 1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FAST-TV를 K-콘텐츠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K-콘텐츠를 공급하는 FAST-TV 채널이 안착될 경우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K-콘텐츠 해외진출은 주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경우 IP(지식재산권)가 OTT에 귀속된 경우가 대다수라 방송사·제작사 입장에선 부가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FAST-TV는 콘텐츠를 중계해주는 개념이어서 IP 문제에서 자유롭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대선공약에서 FAST-TV와 OTT 등 플랫폼 육성을 통해 K-콘텐츠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FAST-TV 채널 20개 출범을 목표로 6개 AI 컨소시엄에 8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AI 기업을 지원해 한국 콘텐츠를 외국어로 더빙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FAST-TV 채널을 만들어 관련 콘텐츠를 송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소 방송영상제작사를 대상으로 외국어 더빙·특수 시각효과·CG·색 보정 등 후반작업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데 지난해부터 FAST-TV 송출 콘텐츠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힘쎈여자 도봉순’ 등이 문체부 지원을 통해 스페인어·일본어로 번역·더빙돼 해외 FAST-TV에 송출됐다.
KBO·SM TOWN은 성공… 새 콘텐츠 발굴은 과제로
유의미한 성과도 나왔다. LG유플러스의 KBO프로야구 중계가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는 허드슨AI와 함께 KBO프로야구 해설을 영어·스페인어 등으로 실시간 번역·더빙해 LG전자 FAST-TV 서비스 ‘LG채널’에 런칭했다. KBO를 중계하는 별도 채널이 만들어져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일본 등에 송출되고 있으며, 하루 최대 접속자는 25만 명을 넘어섰다. SM엔터테인먼트는 삼성전자와 손잡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콘텐츠를 송출하는 ‘SM TOWN’ 채널을 신설했으며, 지난 5월엔 아이돌그룹 에스파·NCT127·라이즈·EXO 등이 출연한 LA공연을 FAST-TV 채널에서 생중계했다. ‘SM TOWN’ 하루 평균 시청자 수는 20만 명 수준이며, 누적 시청자 수는 1000만 명이 넘는다.
유튜브 등 새로운 콘텐츠 발굴은 중요한 과제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FAST-TV에서 중요한 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라면서 “대형 방송사 위주 영상뿐 아니라 팬덤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미국에서도 유튜버 미스터비스트가 별도 FAST-TV 채널을 운영 중인데, 한국에서도 방송사에 대한 지원을 넘어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FAST-TV에 방송사나 제작사가 만든 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을 송출하는 채널도 런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바오패밀리’ 채널을 만들고 판다 루이바오·후이바오 돌잔치를 생중계했는데, 이날 돌잔치가 삼성전자 FAST-TV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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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국내 인지도·광고 수익은 한계
FAST-TV의 좁은 국내 입지는 한계로 꼽힌다. FAST-TV의 국내 인지도가 낮다면 정책적 지원에 대한 설득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IPTV·케이블SO 등 유료방송 이용 요금이 해외보다 저렴해 FAST-TV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이는 광고 문제로 이어진다. FAST-TV 채널이 자리 잡기 위해선 국내 광고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FAST-TV가 국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광고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FAST-TV 광고 다수는 외부 광고 대신 방송사 자체 광고를 싣고 있다.
방송사 관계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아직 국내에선 FAST-TV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미국에선 코드커팅으로 인해 유료방송의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아직 한계가 분명하다”며 “수익 문제가 어느 정도 담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병하 LG전자 전무도 지난 22일 부산광역시에서 열린 ‘OTT·FAST 산업의 AI 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국내 광고주와 함께 해외에 진출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FAST-TV 광고 확보를 위한 대화 창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양준모 한국디지털광고협회장은 지난 22일 간담회에서 “글로벌 광고는 대부분 유튜브·메타 등 빅테크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국내 FAST 채널에 광고주 참여를 늘리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 협회장은 광고주 모집을 위한 공동 설명회가 필요하다면서 “국내 미디어 기업들이 모여서 광고주를 대상으로 기술력과 콘텐츠를 알리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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