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언론사 대표들 향해 "방송 장악 없어야"…방송3법 의견 청취도

이 대통령, 대통령-언론사 사장단 만찬서 '국민께 방송 돌려줘야' 모두발언 김백 사장 '전 정부서 YTN 민영화, 일부 정치권이 악마화' 주장에 현장 침묵 이른바 연합뉴스 '징비록' 선언했던 황대일 사장, '안동 지지도 70%' 주장도

2025-07-01     김예리, 노지민 기자
▲2025년 6월27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호국 보훈의 달, 대통령의 초대'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본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언론사 사장들과 가진 첫 간담회에서 ‘방송을 권력이 장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을 밝히고, ‘방송3법’ 관련한 의견을 묻기도 한 것으로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논란에 휩싸인 일부 언론사의 사장 발언에 잠시 정적이 흐른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주요 방송사와 종합일간지, 통신사, 경제전문매체 등 대표들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20명가량의 언론사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장엔 약 30개 매체의 대표들이 초청된 것으로 파악됐다. 간담회는 이 대통령과 한국신문협회장(임채청 동아일보 사장)·한국방송협회장(방문신 SBS 사장) 등이 모두발언을 한 뒤 참석자들이 한마디씩 돌아가며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복수의 만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에게 방송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이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방송을 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방송을 권력이 장악하는 일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미디어오늘에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방송사 사장 등에게 ‘방송3법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며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방송3법’은 법적 근거 없는 여·야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나눠먹기’를 근절하기 위해, 공영방송 이사·사장 임명 방식 등을 개선하자는 취지의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안을 일컫는다.

이 대통령 물음에 안형준 MBC 사장이 공영방송 이사 중 정치권 몫은 절반 미만이어야 하고, 이사 추천권은 단체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곳에 돌아가야 하며, 사장 임명 시 특별다수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박장범 KBS 사장은 이날 영국 BBC, 일본 NHK 등을 언급했는데 이사 추천 방식과 같은 방송3법 핵심 쟁점엔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만찬엔 박장범 KBS 사장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또는 ‘낙하산’ 의혹을 부른 김백 YTN 사장과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 등도 참석했다. 만찬이 진행될 무렵 한남동 관저 인근에선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YTN 불법매각 진상규명’ ‘김백 체제 청산’ 등을 주장하며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92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만찬을 앞두고 “무자격 사장 박장범·김백 두 사람의 사퇴”를 주장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사퇴 요구’ 속 참석한 KBS·YTN 사장...현장의 정적 이유는?

이런 반발 속에 참석한 김백 YTN 사장은 윤석열 정부에 의한 자사 민영화를 ‘정부 정책 일환’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면서, 정치권 일각이 이를 ‘범죄화’ ‘악마화’하며 과도하게 비판한다고 주장해 분위기를 가라앉게 했다고 전해졌다. 이 말을 직접 들었다는 현장 관계자들은 ‘대통령도 수석들도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회사 이익과 본인 거취 관련 발언을 노골적으로 해서 다들 뭐 저런 소리를 하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백 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한 본지 취재에 “그날 행사는 비보도 전제로 열린 행사라고 들었다. 어떤 점도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는 점 이해 바란다”며 응하지 않았다. 박장범 KBS 사장은 이 대통령 모두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방송장악할 할 뜻이 없다는 데 환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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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장범 KBS 사장, 김백 YTN 사장,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및 각 방송사 유튜브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은 자신이 이 대통령과 동향(경북 안동)이라 강조하며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지역 지지도가 70%는 되는 것 같다’는 과장 섞인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황 사장이 연합뉴스 지원 예산을 언급하면서 ‘나라 밖 사업’을 신경 써 달라는 등의 발언을 이어가자, 이 대통령이 지원 예산 삭감과 복원은 전 정부에서 이뤄지지 않았냐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연합뉴스 지원예산을 기존 300억 원대에서 50억 원으로 줄였다가 황 사장이 취임한 뒤 복원을 추진했고, 비상계엄 이후 추경에서 250억 원대로 올렸다. 만찬 직후 황 사장 발언 일부가 알려지면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연합뉴스 게시판에는 “민망하다”는 반응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날 대통령 간담회에서 ‘튀는 발언’을 한 사장들은 윤석열 정부에서 생사기로를 겪은 언론사에 낙하산 의혹을 받으며 취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정부는 공기업이 보유하던 YTN 지분을 유진그룹에 넘겼고, 유진이 임명한 김백 사장은 윤석열·김건희 부부 의혹 보도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방송’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황 사장은 취임 첫날 ‘징비록’ 작성을 공언했고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 등 과거 보도에 감사를 벌여 ‘편집권 침해’ 비판을 불렀다. 두 사장 모두 윤 정부에서 요직을 배출한 보수 성향 공정언론국민연대 출신이다.

황 사장은 미디어오늘에 “만찬 발언은 전부 엠바고여서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면서도 “안동 출신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이미 아는 상황에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른 분이 안동을 거론하길래 덕담 차원에서 현지 분위기를 추가했다”고 했다. ‘보도 감사’에 대해선 “회사 안팎에서 불거진 불공정보도 사례를 분석해 원인과 해법을 기록하려 한 것”이라며, 감사 범위에 윤석열 정부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장범 KBS 사장에겐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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