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극단주의 추종자인가
[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491호 사설
2월28일 방송 예정이던 KBS ‘추적60분-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편이 불방됐다. KBS PD협회에 따르면 △3·1절 특집 다큐 하루 먼저 편성 △여의도 극우 단체 난동 우려가 불방 사유였다. 그렇게 예고편까지 나갔던 방송이 편성 삭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3·1절 특집 다큐를 하루 먼저 편성해야 할 납득할 만한 사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물리적 위협을 우려했다면 대비책을 세웠어야 할 공영방송 경영진이 방송을 포기하는 비겁함을 택했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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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은 계엄 이후 내란 옹호세력의 자양분인 가짜뉴스가 어떻게 생산·유포되는지를 집중 취재했다. 각종 허위정보로 사회가 혼란에 빠져있는 지금 공론장의 역할을 해야 할 공영방송의 이번 편성 삭제는 시청자 입장에서 내란 동조 행위와 다를 게 없다. 누군가는 KBS를 향해 극단주의의 추종자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총선 이후 편성 예정이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가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불방시켰던 KBS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조그만 파우치’로 KBS를 권력에 헌납하는 모습을 생중계한 사람”이라고 KBS 기자들이 평가했던 박장범 사장은 예상대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내란으로 파면 직전에 있는데도 ‘심기 경호 방송’에 열심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제작 자율성 침해 사건을 넘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자기 파괴적 선언이다. 소중한 공론장을 지켜내고, 내란으로 혼돈에 빠진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추적60분-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편은 반드시 방송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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