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명 여성의원들에게 바란다

[자유발언대]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2004-04-21     미디어오늘

17대 총선의 특징으로 민주세력의 승리, 여성의원 확대, 진보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꼽는다. 여성의원의 경우 16대 5.4%에서 13%로 증가하여 아시아 평균 수준인 14.5%에 간신히 다가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성의원 비율이 103위였는데 이번 총선 결과로 60위권으로 진입했다니 획기적인 변화이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요인은 무엇보다 정치관계법 개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 시민사회단체가 작년 한해동안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개정을 위해 토론회, 청원, 캠페인, 국회 방청 등 다양한 투쟁을 통해 정치관계법을 개혁할 수 있었다.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을 통해 돈 안드는 선거제도를 정착시켰고 이를 통해 지역구에서 돈과 조직이 부족해도 출마할 수 있었다.

지역구의 경우 지난 16대 국회에는 33명의 여성후보들이 도전해 5명이 당선되었지만 17대에서는 66명이 도전하여 10명이 당선되었다. 당선률은 아직 낮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여성후보의 경쟁력이 입증되었다. 부패하고 불성실한 국회를 개혁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성후보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이 나타났고 '여성이 여성을 찍지 않는다'고 하는 고정관념도 완전히 달라졌다. 고양 일산에서 당선한 한명숙 의원의 경우 여성유권자의 선호도가 높았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 출마만으로 여성의원이 확대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번에 여성의원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정당명부식 비례직이 46명에서 56명으로 늘어났고 50%를 여성에게 할당하고 교호순번제로 여성을 공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비례직을 통해 29명의 여성들이 당선되었고, 비교적 전문성과 참신성, 여성 내부의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여성들이 당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39명의 여성의원들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의 타당성과 사회적 공감대를 의정활동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여성의원 수가 극소수라서 허물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젠 여성이 정치를 하니까 다르다고 하는 차별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깨끗한 정치, 생활정치, 조정과 상생의 정치,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정치, 탈권위적인 정치, 성평등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각 정당의 이념과 정치적 비전의 차이로 여성의원간의 연대가 잘 형성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총선기간 중에 각 정당의 여성 대변인의 모습에서 비방과 독설 등 구태정치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보았고, 각 정당이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에 여성을 대표로 세워 이미지 정치에 활용하는 측면도 있었기 때문에 진정한 여성정치시대가 열릴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17대 국회에 진출한 여성의원 몫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여성정치인들이 정당을 초월해 평화, 인권,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     

남윤인순 /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아침신문 솎아보기

미디어오늘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