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언론, 정치개혁 '좌파'로 호도

[민실위 보고서]

2004-04-21     미디어오늘

4·15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신문은 민주노동당의 제3당 진출을 이번 선거의 중대한 의미이자 성과로 평가했다. 그런데 조짐이 이상하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하면서 정치권이 전체적으로 좌향좌 했다"는 어느 한나라당 의원의 투정과 맥을 같이 하는 보도가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노동정책에서 이념을 앞세워 무리한 입법을 할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동아 19일자)고 경고하더니 '정책 좌편향 우려가 나오는 이유를 아는가'라며 정부에 정책일관성을 촉구한다.(조선 19일자 사설) '올 춘투 만만찮다'(동아) '힘받은 노동계 춘투올인'(조선) 등 노사갈등에 대한 전망도 따라 붙는다. '경영환경 악화되나, 긴장감 휩싸인 재계'(세계 16일자), '좌편향 불안심리부터 해소하라'(서울 19일자) 등 다른 신문에도 이같은 조짐이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총선 내내 '거여견제론', '거야부활론' 등 실체 없는 구호에 매달리더니 이제는 의정활동을 개시하지도 않은 민주노동당을 향해 경고 섞인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보도가 각종 개혁입법, 악법개폐 활동에 대해 좌파라는 색깔을 덧씌우려는, 준비된 포석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일례로, 민주노동당이 선거기간 내내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새삼 혼란 요인으로 부각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새 국회에서는 국가보안법, 집시법, 친일진상규명법 등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법률의 개폐작업이 현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선거법 개정과 언론개혁입법은 말 할 것도 없다. 사안 별로 열린우리당이 공조할 경우 실현가능성이 높은 개혁입법과 악법개폐 작업을 '의회에 득세한 좌파의 준동'으로 등치할 태세라면 총선 왜곡보도에 이어 민심을 두 번 거스르는 짓이다.

민실위는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수구언론이 이미 '좌파세상이 불러온 혼란'을 조장하고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예의 주시한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제1당 지위를 박탈했고 진보정당을 제3당으로 자리매김시켰다. 우편향의 사회를 바로 잡으라는 요구다.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제대로 된 입법활동을 펼치라는 질책에 다름 아니다.

행여, 수구언론은 또다시 민심을 거스르고 조작하는 우를 범하려는가. 그러다가 심판 당한 사례를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혹은 자민련이라고도 부른다. 반면교사(反面敎師). 민실위가 이들 언론에 충심으로 건네는 조언이자 경고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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