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의 우리에게 '정의의 승리'를 보여주자

[기자수첩] 2012년 MBC 170일 파업을 취재했던 미디어담당 기자의 소회

2017-09-04     정철운 기자

미디어담당 기자에게 2012년 MBC 170일 파업은 언론사 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갈등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던 매우 특별한 사건이었다.

1월30일 파업 시작 무렵은 추웠다. 붉은색 목도리를 입고 여의도 MBC 로비 앞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김태호 조합원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미 24주 연속 결방을 예상했었는지 표정은 굳어있었다. 로비 앞 흡연구역에서는 노사가 뒤섞여 연신 담배를 피웠다. 그래도 그 때는 여유가 있었다. 3층 복도에선 최일구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가 보직사퇴 후 파업에 동참할지를 놓고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 2012년 1월30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돌입 모습. ⓒ 연합뉴스
어느덧 여의나루역에서 MBC 가는 길에는 벚꽃이 휘날렸다. 거의 매일 MBC로 출근했다. 김재철 사장의 '호텔 사랑'을 비롯해 배임혐의가 속속 등장했다. MBC에서 내준 출입증은 '불법파업 취재에 편의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지됐다. 이용마 기자가 해고됐지만 그래도 조합원들은 시민들과 함께 웃으면서 싸웠다. 그들의 웃음이 사라진 건 MBC가 파업대체인력을 뽑기 시작한 초여름 무렵이었다. 나는 이때를 MBC 비극의 시작점으로 기억한다.

조합 집행부가 해고되고, 총선이 지나도 별 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자 조합원들은 초조했다. 적금을 깼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복귀 시점이 모두의 관심사였다. 그러던 중 MBC기자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한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허리우드 액션' 사건이 벌어졌다. MBC기자들이 자사의 '권재홍 부상' 보도가 불공정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사 갈등이 길어지며 성명만 쌓여갔고 성명에 등장하는 단어는 점점 험악해졌다. 이런 가운데 KBS는 업무에 복귀했고 MBC는 기약 없는 파업을 지속했다. 조합원들은 연신 담배만 폈다. 올라가야 한다는 쪽과 끝까지 남아야 한다는 쪽 모두 맞는 주장이었다. 정답은 없었다. 나는 이 무렵 결혼을 했고 축가로 YB의 '흰수염 고래'를 택했다.

▲ 2017년 9월4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출정식 모습. ⓒ이치열 기자
그런데 지금, MBC 조합원들은 놀랍게도 5년 7개월여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170일 파업 당시 가장 열심히, 순수하게, 즐겁게 싸웠던 김민식PD가 이뤄낸 드라마 같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수년간 떨쳐낼 수 없었던 냉소와 불안을 '작은 희망'으로 바꿔냈다. 이제는 다시 싸울 때라며, 자신을 다독일 수 있게 했다. 사내에서 모욕을 참고 견뎌내며 '퇴사거부투쟁'을 벌여온 MBC조합원들은 이제 다시 일어섰다.

요즘 MBC 집회현장에선 5년 전 집회현장에서 마주쳤던 조합원들을 다시 보고 있다. 다들 눈빛이 살아있다. 이번 파업은 지난 5년간 각자가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되살리는 시간이다. 또 다시 '무한도전' 결방을 각오한 김태호 PD는 8월24일 통화에서 "이번 파업은 단순히 누군가를 내보내는 싸움이 아니라 지금까지 제작현장을 비롯한 MBC의 체질을 바꾸고 MBC를 재건하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이번 싸움으로 부디 많은 언론인들이 지난 시간의 슬픔들을 떨쳐내길 바란다. 그리고 며칠, 혹은 몇 달이 되어도 좋으니 이번에는 꼭, 다함께 웃으면서 손잡고 올라가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5년 전의 우리에게 '반드시 정의는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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