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의 우리에게 '정의의 승리'를 보여주자
[기자수첩] 2012년 MBC 170일 파업을 취재했던 미디어담당 기자의 소회
미디어담당 기자에게 2012년 MBC 170일 파업은 언론사 파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갈등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던 매우 특별한 사건이었다.
1월30일 파업 시작 무렵은 추웠다. 붉은색 목도리를 입고 여의도 MBC 로비 앞에 팔짱을 끼고 서 있던 김태호 조합원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미 24주 연속 결방을 예상했었는지 표정은 굳어있었다. 로비 앞 흡연구역에서는 노사가 뒤섞여 연신 담배를 피웠다. 그래도 그 때는 여유가 있었다. 3층 복도에선 최일구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가 보직사퇴 후 파업에 동참할지를 놓고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조합 집행부가 해고되고, 총선이 지나도 별 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자 조합원들은 초조했다. 적금을 깼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복귀 시점이 모두의 관심사였다. 그러던 중 MBC기자들을 폭력집단으로 매도한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허리우드 액션' 사건이 벌어졌다. MBC기자들이 자사의 '권재홍 부상' 보도가 불공정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사 갈등이 길어지며 성명만 쌓여갔고 성명에 등장하는 단어는 점점 험악해졌다. 이런 가운데 KBS는 업무에 복귀했고 MBC는 기약 없는 파업을 지속했다. 조합원들은 연신 담배만 폈다. 올라가야 한다는 쪽과 끝까지 남아야 한다는 쪽 모두 맞는 주장이었다. 정답은 없었다. 나는 이 무렵 결혼을 했고 축가로 YB의 '흰수염 고래'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