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C0.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메갈리아 셔츠를 입은 게 남성혐오냐. 그렇지 않습니다.
메갈리아 셔츠를 입은 성우의 교체를 요구한 게 여성혐오냐. 역시 그렇지 않습니다.
메갈리아와 메갈리아4는 다르다고 주장하거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거나 이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내가 메갈리안이다"를 외치는 사람들 모두가 남혐에 빠져 있는 건 아니고 일부 문제되는 표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소 과장되게 알려지기도 했고 그걸로 메갈리아를 일베와 동급 취급을 하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는 것만으로(후원의 의미가 있었다고는 하나) 남혐에 동참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페미니즘 운동 차원에서 메갈리아와 연대하고 동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두 일베를 미러링하고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닙니다.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은 성우의 교체를 요구했던 사람들을 모두 일베나 반여성주의자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여성운동 진영에서도 메갈리아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어쨌거나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메갈리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게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되겠죠.
메갈리아에 설령 남혐 정서가 강하다고 한들 사회 구조적인 여성차별과 메갈리아에서의 남혐을 동급에 놓고 배격하는 건 '오버'입니다. 일베는 여성차별 또는 여성혐오(미소지니)의 극단적인 양상일 뿐이지만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그 자체로 운동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혐오(여혐)에 혐오(남혐)로 맞선다 또는 여혐도 나쁘지만 남혐도 나쁘다는 식의 도식화는 자칫 여성차별의 구조를 외면하고 일베와 메갈리아의 일탈로(일베나 메갈이나 식으로) 단순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메갈리아의 탄생이 어땠든 메갈리아가 상당수 여성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일베와 메갈리아가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기본적으로 힘의 균형이 다르죠. 남성은 여성을 차별할 수 있지만 여성은 차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게 현실이고요. 메갈리아에 대한 공격은 자칫 차별에 대한 저항을 폭력으로 규정하고 묵살할 위험도 있습니다. 온건한 저항만 가능하도록 억압하는 것이죠.
▲ Beyonce. Gala MTV VMA 20014.
그러나 분명한 것은 메갈리아가 미러링을 한다는 명분으로 과도한 혐오 표현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통째로 일베 취급 받는 걸 피하기 어렵게 될 거라는 겁니다. 전체든 일부든 혐오가 폭력으로 진화하고 그 일부가 메갈리아 전체를 규정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일베가 그런 것처럼 메갈리아라는 낙인이 일자리를 잃게 만들 수도 있고요. 메갈리아는 일베와 다르다고 주장해도 모두를 설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는 것이 여성차별에 대한 저항의 표현인지 메갈리아의 혐오 정서에 동참하는 것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해고된다면(실제로 이 경우는 해고가 아니라 교체였지만) 이에 연대해서 맞서 싸우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정의당 논평처럼), 애초에 혐오 표현을 남발하는 일베 취급 받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거나 연대·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사람들(논평 철회를 요구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양시양비론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메갈리아의 성격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러링 수준을 넘어 메갈리아가 직접 혐오 정서를 확대 재생산하는 여성 일베로 진화할 우려도 있습니다. 선을 긋지 못했다면 메갈리아 회원들의 책임이기도 하고요. 다만 현재로서는 단순히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퇴출을 이야기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울러 메갈리아에 쏟아진 과도한 비판의 이면에 남성들의 편견이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종류의 혐오에 반대한다는 건 언뜻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이런 경우에는 편견을 감추고 논점을 흐트러뜨리는 수사로 이용될 위험이 있습니다.
아래는 관련 기고 묶음.
언론자유를 지키는 힘, 미디어오늘을 지지해 주세요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는 시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시민의 힘에 기대어 올곧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