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억울하다? 두달전 "볼썽사나워" 춤추는 국방부기사
만취 추태라더니 두달후 정반대 기사 내보내 … "국방부 따라 언론도 오락가락"
신현돈 전 1군사령관(육군 대장) 전역 과정에 대해 언론이 음주 추태로 사실상 해임됐다고 보도했다가 두달 뒤 상반된 보도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무책임한 보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 전 사령관은 지난 6월 19일 군사대비태세 강화 조치 기간 중 위수지역을 벗어나 모교(청주고)에서 강연한 뒤 술을 마신 것을 민간인이 보고 헌병대에 신고하는 등 소동을 빚어 9월 2일 자진 전역했다. 형식은 자진 전역이었지만 사실상 해임과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일보의 첫 보도(9월 2일 온라인판)를 시작으로 9월 3일자부터 거의 모든 언론의 지면을 장식했다. 대부분 신 전 사령관이 만취 추태를 부린 사실이 드러나 해임됐다는 요지였다.
그러다 언론은 두 달 뒤, 신 전 사령관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정정보도를 청구하려 하자 ‘음주는 했으나 추태는 없었다’, ‘업히지는 않았다’, ‘민간인과 실랑이는 없었다’ 등 정반대의 기사를 쏟아냈다.
-조선일보 9월 3일자 1면 머리기사 <육군 1군사령관 ‘만취 추태’ 해임>, 사설 <최전방 사령관의 균율 무시·만취 추태, 어쩌다 이 지경 됐나>
→11월 3일자 5면 <국방부, 불명예 전역 신현돈 전사령관 조사 “음주는 했지만 추태는 없었다”>, 사설 <군 최전방 사령관 문제를 어떻게 이렇게 다루나>
-중앙일보 9월 3일자 10면 <신현돈 1군 사령관 음주소동 전역> 사설 <얼빠진 군, 사령관이 근무지 이탈해 만취하다니> 4일자 사설 <사고보다 더실망스러운 군의 대응>
→11월 3일자 6면 <“신현돈 전 1군사령관 음주추태 사실 아니다” 성급한 문책 전역 논란> 4일자 5면 <“40년 군생활 이렇게 훼손하나…장관 만난 뒤 전역 결정”> 33면 <신현돈 논란, 쉬쉬하던 국방부가 키웠다> 5일자 사설 <국민 불신 자초한 신현돈 대장 전역 절차>
-경향신문 9월 3일자 6면 <신현돈 1군사령관 전역조치 사실상 해임>
→11월 4일자 5면 <더 커진 신현돈 미스터리>
-국민일보 9월 3일자 10면 <신현돈 1군사령관 전격 전역조치>
-동아일보 9월 3일자 사설 <대통령 순방 중 사고 친 육군대장, 석달간 쉬쉬한 이유 뭔가>
→11월 5일자 사설 <신현돈 사령관 파문의 진상, 국민 앞에 그대로 공개하라>
-한겨레 9월 3일자 6면 <‘음주 물의’ 신현돈 1군사령관 전역조처> 4일자 사설 <군의 끝없는 사고와 추문, 수뇌부 책임 크다>
→11월 4일자 6면 <국방부 뒤늦게 “신현돈 음주 추태 없었다”> 5일자 사설 <대통령 말 한마디에 4성장군 옷 벗기는 나라>
-한국일보 9월 3일자 1면 <군사대비태세 기간 음주 물의…1군 사령관 전역조치>
-세계일보 9월 4일자 사설 <육군 대장이 추태 부리며 군 기강 어찌 바로 세우겠나>
→11월 5일자 6면 <진상좌도 없이 4성장군 옷 벗긴 군…신뢰 또 추락>
당시 대다수 언론은 신 전 사령관의 해명이나 반론을 싣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 뒤 당사자가 반발하자 자신들이 썼던 기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9월 3일자 사설에서 “신 사령관은 자신이 군율을 어기고 별 넷 계급장을 단 채 민간인들 앞에서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기강이 해이된 정도가 아니라 붕괴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꾸짖었’으나, 두달 뒤인 11월 3일자 사설에선 “국방부는 4성 장군이 관련된 일을 진상이 무엇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있다가 나중에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막바로 전역조치를 내려버렸다”고 말을 바꿨다. 조선일보 뿐 아니라 대다수 매체도 비슷했다.
직접 제보를 받고 적극적으로 신 전 사령관 음주 문제를 조사했던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신 전 사령관이 술먹고 추한 모습 보였다가 아니라 해외순방 기간에 4성 장군이 근무지를 이탈해 보고도 안하고 술먹은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이 정도 만으로도 당연히 옷을 벗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사건 당일인 6월 19일 이전에 이미 ‘계절풍 사업관련 대비태세 강화’라는 합참의장 지침이 발효됐다”며 “계절풍이라는 것은 대통령 순방을 말하는 것으로, 국가원수 부재시 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인데, 합참의장에 직접 보고도 하지 않은채 출장 전날 육군본부 의전과에 이메일로 강연하러 간다고 한 것은 명령과 지휘계통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육군참모총장이 군정권(군 인사·행정)이 있지만 군령권은 합참의장에 있다”며 “감사보고서와 헌병대 신고내용 등을 종합해볼 때 신 전 장관의 처신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지금와서 마치 결백했다는 듯이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진 의원은 “사건 직후 두달 동안 징계도 하지 않고 덮고 지나가려다, 내가 지난 8월 말 제보를 받은 직후 자료요구 등 추적에 들어가니 9월 2일 대통령 보고가 올라가 해임된 것”이라며 “처음부터 적절히 보고했으면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 진 의원은 “사안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두 달전에 스스로 보도한 내용을 뒤집고) 지엽말단적인 문제에 얽매여 흥미위주의 보도를 하고 있다”며 “경솔한 보도 태도이자, 본질을 놓친 채 (누군가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세부적인) 진실이 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언론이 처음부터 의혹제기를 할 때 사실확인을 먼저 하고 신 전 사령관의 반론도 담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국방부 출입기자는 5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오락가락한 면이 문제”라며 “실랑이를 쳤다고 했다가 안했다고 한 것이나, 대변인은 ‘추태가 있었다’고 했으나 장관은 또 ‘추태는 있었다’고 하는 등 해명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군 감사보고서가 10쪽 분량인데, 1쪽 짜리만 기자들에게 공개해 당시 정황이 제대로 나와있지 않다”며 “이런 점에서 국방부가 논란을 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국방부 출입)기자의 책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면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가 됐는지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광진 의원은 “기무사령부가 우리나라에 8명 밖에 없는 4성 장군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대통령 보고도 제대로 한 것인지 따져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진성준 의원도 “기무사가 4성장군의 동정에 대해 대통령에 보고하도록 돼있으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무사령부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무사령관이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한민구 장관내정자에게 모두 보고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청와대 보고 여부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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