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패널인증제" 예고에 국힘 인사들 "전두환 보도 지침이냐"
"방송에서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 경고 김종혁 정광재 송영훈 윤희석 "누가 봐도 무리한 주장" 우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을 공식 대변해 방송사 패널에 출연시키는, 이른바 ‘패널 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국민의힘 대변인 출신 인사들은 “전두환식 보도지침이냐”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MBC 앵커도 “대놓고 이런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의아하다”고 털어놨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측 인사로 방송에 출연하는 패널에게도 당과 단일 대오를 이뤄 동일한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당원이면서 국민의힘 명찰을 달고 패널로 나간 분이 그렇게 하는 경우 제명을 포함해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민주당 패널은 원내·원외를 가리지 않고 어떤 경우라도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논조가 흐트러지지 않는데, 국민의힘 측이라고 나온 패널의 발언을 보면 민주당 패널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분이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분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방송에 단골 패널 출연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전직 대변인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내놓았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8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해당 행위성 발언을 일부러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을 향한 마음은 같은데 그 과정에서 방향이 살짝 다를 수는 있겠죠”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변인은 “여당일 때도 모 평론가(장성철)에게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라며 “오히려 방송이 엄청 많이 늘어나 그분 영향력은 오히려 더 세졌다. 현명한 대처 방식은 아니다. 방송국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송영훈 전 대변인도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은 정당의 인증을 받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인정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공론장에서 완벽하게 똑같은 얘기만 하면 패널들이 뭐 하러 나오느냐”라고 반문했다. 송 전 대변인은 “공식 직함을 갖고 있는 분들이 하기 어려운 얘기를 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가 넓어질 필요가 있다”라며 “다양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공론장이 건강해진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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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누가 봐도 무리한 주장”이라며 “언론사에 이러이러한 사람만 쓰라고 요구하는 건 전두환 때 ‘보도 지침’, ‘이러이러한 기사만 내보내라’라고 하는 거하고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요즘 세상에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느냐. 그거는 언론에 대한 부당한 탄압으로 비칠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고, 말도 꺼내면 안 되는 얘기”라며 “누구를 인증하나? CBS가 이걸 받아들일 거냐. 아무리 보수 언론사도 그게 공표되고 그 사람만 쓰면 사람 국민이 보기에 ‘저 언론사는 무슨 권력의 하수인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이고, 언론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잘못한 게 아닌가”라고 거듭 비판했다.
정광재 전 대변인도 이날 오후 MBC 라디오 ‘뉴스바사삭’에 출연해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헌법으로도 보장된 일이고, 당에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라며 “당이 좀 포용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정 전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가장 문제가 된 사안 가운데 하나인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례를 들어 “직권남용죄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라며 “패널 인증제가 실효적인 구속력을 갖도록 그 방송사를 압박한다고 하면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이 방송을 진행하는 성지영 MBC 앵커(기자)는 “장 대표가 공개적으로 인터뷰하는 데서 ‘패널 인증하겠다’라고 말하는 인식이 의아하다”라며 “이런 얘기를 대놓고 한다는 면에서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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