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기로에 선 YTN, 28일 파업
28일 하루 전면 파업 "이번 싸움에 밀리면 통째로 유진자본 먹잇감 전락" 尹정권 주도 민영화 뒤 1년 간 각종 노사 합의 파기·노동권 후퇴 이어져
YTN 노동자들이 오는 28일 윤석열 정부 주도로 민영화된 뒤 첫 파업에 나선다. YTN 역사상 처음 대주주를 상대로 한 파업이자, YTN을 공적 소유구조로 복원하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27일 미디어오늘에 “공정방송 제도 복원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유진 자본에 의해 사영화된 YTN을 공적 소유구조로 복원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투쟁에 나선다”며 “유진그룹이 YTN을 장악한 뒤 맞게 된 첫 싸움이자, 우리의 권리와 일터를, 공정방송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파업 취지를 밝혔다.
YTN지부가 지난 20~21일 언론노조 YTN지부와 YTN방송노동조합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투표율 90.6%, 찬성률 76.7%로 가결됐다. YTN지부에선 조합원 481명 가운데 93.4%가 투표해 86.2%가 찬성했고, YTN방송노동조합에선 82명 중 74.4%가 투표해 6.6%가 찬성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YTN 소유구조가 윤석열 정권 주도로 민간 자본에 넘어간 지 1년 여만이다. YTN 민영화는 윤석열 정권 출범 첫해인 2022년 말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자산효율화를 이유로 한전KDN와 한국마사회 보유 YTN 주식을 처분 리스트에 올리며 현실화됐다. YTN 지분을 30.9% 보유했던 공기업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지분을 팔 뜻이 없다고 밝혔다가, 산업부와 농림부 압박에 입장을 바꿔 매각했다. 방송사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심사하는 방통위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 2인 체제로 불법성을 지적받는 가운데 유진그룹을 YTN 최대주주로 졸속 승인했다.
지난해 연말 노사의 정식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시작됐다. 전준형 YTN지부장은 “합법 파업을 하기 위해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 다섯 달 간의 임단협 교섭과 쟁의조정을 거쳐 유진 체제 이후 1년 만에 파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업의 표면적 원인은 회사의 단협 위반이다. YTN지부는 임단협 교섭에서 회사가 단협을 준수하고 이행할 것을 요구해왔다. 회사가 단협에 명시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어기고 보도국장을 임명한 조치를 되돌리고,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발령 조치 전에 지부와 사전협의하라는 요구다. 또 물가상승률(2.3%)에 준하는 임금인상과 법정 시간외수당 준수를 요구했다. 회사가 단체교섭과 노동위 쟁의조정 과정에서 단협 위반 사항을 복구할 의사를 밝히지 않아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
YTN 노동자들은 파업에 이른 근본 원인으로 윤석열 정권 주도로 이뤄진 ‘불법·졸속 민영화’를 말한다. 이후 1년 동안 전례를 찾기 힘든 노사합의 파기와 노동권 후퇴가 누적됐다고 지적한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3월 말 YTN의 새 최대 주주가 된 직후 YTN 이사진을 유진 주도로 이사회를 물갈이한 뒤 김백 사장으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단협에 규정된 사장추천위원회는 파기했다. 이후 단협이 정한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어기고 보도국장을 임명했다. 국장직 위에 보도본부장을 비롯한 7개 본부장직을 신설했다. 7개 본부장엔 윤석열 정권과 YTN 민영화를 옹호한 YTN 방송노동조합 조합원이 임명됐다.
이후 유진그룹이 선임한 경영진은 전방위적인 ‘YTN 체질 바꾸기’에 나섰다. YTN은 4월1일자로 모든 뉴스프로그램을 없애고 전면 ‘24시간 임시편성 체제’에 들어갔다. 이틀 뒤엔 김백 사장이 ‘김건희 보도’를 비롯한 전 정부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에 YTN 구성원들이 연이어 기수별 규탄 성명을 냈지만 사과는 철회되지 않았다. 이후 ‘尹 소주’ 돌발영상 불방 및 삭제 사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씨 관련 ‘명품백 수수 영상’ 사용 금지 지시로 연일 논란을 불렀다.
YTN은 지난해 8월엔 유튜브를 담당하는 디지털국 조합원 16명에 대해 정직 6개월부터 감봉에 이르는 ‘무더기 중징계’ 결정을 했다가, 서울지노위로부터 감봉 1개월을 제외한 징계는 부당하다는 판정을 부르기도 했다. YTN 졸속 민영화와 언론 자유 문제와 관련해 MBC와 인터뷰한 YTN 기자에 대해선 인사위를 열고 ‘경고’ 징계하기도 했다.
12월3일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사태 이후 유진그룹 차원의 조치가 ‘정권 교체 시기 알박기 시도’라는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유진그룹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정원을 늘려 ‘친 유진그룹’ 인사로 임명하고, 각종 종류주식과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YTN 정관을 변경했다. 사측은 또한 영상·기술을 통폐합해 별도 본부로 분리시키는 일방 직제 개편을 하면서 외주화 사전 작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관련기사
- "지금 밀리면 침묵과 굴종뿐" 언론노조 YTN지부 28일 파업
- YTN 민영화, 김건희의 복수심 때문? 내부 "엄정 수사하라"
- 이동관·김홍일 방통위 '작품' YTN 매각 "청문회·국정조사 하자"
- 유진, YTN 문어발 '알박기'?…이사 늘리고 주식·사채 정관 변경까지
- 노종면 "YTN 사영화 문제, 아직 안 드러났다…수사로 밝혀야"
- 유진, YTN 인수 때 각종 '위원회' 신설 약속...결과는 '불이행'
- [단독] 유경선, 심사 땐 "YTN 협약 가장 좋아" 최대주주 되니 폐기
- [단독] 유진그룹 'YTN 민영화' 승인 신청서 보니 왜곡에 '복붙'까지
- YTN 파업 "유진 자본과 싸우는 첫 대결, 뭉치면 이번에도 이긴다"
- 유진그룹 찾은 YTN 노동자들 "내란 하수인 뒷배, 손 떼라"
- "YTN, 유진에 넘어간 뒤 '내란 세력 받아쓰기 1등'…언론 정상화해야"
- "유진그룹 YTN 민영화 1년, 노조 와해 위한 치밀한 작전이었다"
- "내란 결탁자본 유진그룹의 YTN 최대주주 자격 즉각 박탈하라"
- 유진그룹 회장 자택 에워싼 YTN 노동자들 "尹과 함께 떠나라"
- 'YTN 지분 불법거래' 첫 고발인 조사… "엄정 조사하라"
- 유진그룹 지분 늘린 YTN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기각'
- 특검, 'MBC 손봐라 YTN 넘겨라' 김건희 언론장악 의혹 수사 나설까
- '언론장악 외주화' YTN, 공적 소유 복원 가능할까
- YTN '사장대행 알박기' 파장…노종면 "YTN 매각승인 끝장"
- 유진그룹, 정부 YTN 매각 조사 나서자 "헐값 매각 아냐"
이로부터 한 달이 안 돼 YTN이 변경된 정관을 활용, 유진그룹을 주주로 지정하고 신주를 발행하면서 유진의 YTN 지분은 30.9%에서 방송법상 허용 최대치인 40%에 육박하게 됐다. 이는 정권 교체기에, YTN 민영화가 불법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에 YTN 소유구조 원복을 가로막는 “영구 장악” 사전작업이라는 논란을 불렀다. 이 가운데 사측은 노동위원회 쟁의조정 과정에서 단협 위반 상태를 바로잡기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YTN지부가 쟁의행위에 이르게 됐다.
이런 가운데 언론노조 YTN지부를 비롯한 YTN 구성원들은 방통위의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취소 가처분과 임면동의제를 파기하고 임명된 보도국장 임명 효력정지 신청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모두 각하 또는 기각됐다. 현재 두 사안 모두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YTN지부는 지난달 윤석열 정권과 유진그룹의 YTN 지분 불법매각 과정을 수사해달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동관·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파업은 대주주를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YTN에서 벌어진 앞선 파업들과도 차원이 다르다. YTN 노동자들은 과거 정권이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을 주요 요구로 걸고 공정방송 파업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 당시였던 2009년 구본홍 ‘낙하산 사장’ 반대 파업, 2012년 배석규 사장 퇴진과 해고자 복직 요구를 건 파업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인 2018년엔 최남수 사장 퇴진을 요구한 파업이 진행됐다.
언론노조 YTN지부장, YTN기자협회장 등을 지낸 고한석 기자는 “(민영화 전) YTN의 대주주였던 한전KDN와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파업을 한 적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대주주를 상대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첫 싸움인 만큼 더 절박한 싸움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다른 YTN지부 조합원 A씨는 “과거 파업 때 노조의 요구는 단순했고 선명했다”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오랜 투쟁 끝에 만들어놓은 다양한 근로조건과 공정방송 제도와 시스템을 뒤집거나 퇴행시킨 민간자본 대주주를 상대로 싸운다는 점에서 지금의 요구는 더욱 근본적이다”라고 했다. 나아가 민영화 직후부터 단협 파기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대주주에 의해 YTN의 체질과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업의 조건은 더욱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YTN 본사 로비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유진그룹 본사 앞에서 유진그룹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는 시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시민의 힘에 기대어 올곧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