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24억 원 출연료 때문에 TBS 무너졌나

[기자수첩] '기승전 김어준'이 된 TBS 국감, 구성원 절규는 외면

2024-10-22     금준경 기자
▲김어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사진=TBS

2년 전 종영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국정감사 현안으로 부상했다. 지난 15일 TBS·YTN을 대상으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TBS가 김어준씨에게 24억 원을 지급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관련 보도가 포털 네이버 기준 40건 넘게 쏟아졌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온갖 편파방송과 정치적 오인 방송을 쏟아낸 김어준씨가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뱃속을 불렸다”고 비판했다. 이 멘트가 들어간 기사에는 서울시 세금을 김어준에게 퍼준 TBS의 폐국은 당연하다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이러니 TBS 폐국 위기...김어준에 세금으로 24억 줘>와 같은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김어준씨에게 막대한 세금을 지출해 TBS가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시민의 세금으로 김어준씨 뱃속을 불렸다’는 주장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24억 원은 큰 돈이지만 김어준씨가 장기간 진행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김어준씨는 2016년 9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시작해 2022년 12월까지 진행했다. 하루 출연료는 2020년 4월까지는 110만 원, 이후에는 200만 원 씩 받았다. ‘뉴스공장’이 꾸준히 청취율 1위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많다고 보긴 어렵다.

김어준씨에 대한 지출이 많아 TBS가 무너진 게 아니라 외려 김어준씨가 TBS 재정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이들 보도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어준씨가 출연료로 받은 돈과 벌어들인 돈을 비교하면 후자가 월등히 많다. 2021년 TBS는 “(‘뉴스공장’이) 라디오 협찬, TV·유튜브·팟캐스트 광고를 통해 연간 70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며 “이는 TBS 라디오와 TV의 1년 제작비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의 질의는 ‘김어준 탓에 TBS가 무너졌다’로 귀결된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TBS의 몰락은 김어준의 혀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같은 당의 최형두 의원은 TBS 폐국에 관해 “서울시의회가 무면허 난폭 교통 운전방송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특정 정치적 이익에 봉사했다는 이유로 폐국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어준씨의 방송이 편파성 문제가 심각했다지만 특정 방송사의 문을 닫게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차라리 정치권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구현하는 방안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었다면 이날 국감은 김어준씨에 비판적이면서도 생산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초점은 주로 지엽말단에 쏠렸고, ‘김어준 때문에 무너졌다’는 주장 이상의 논의는 찾기 어려웠다.

TBS는 지난 9월부턴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다. 주파수 반납은 물론 인적·물적 청산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이미 2년 전에 하차한 김어준씨를 전면에 내세우며 ‘김어준 국감’으로 만드는 사이 구성원들의 절규는 묻혔다. 김어준씨 하차를 전후한 구성원들의 노력은 무시됐다. 지난 15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이렇게 호소했다. “어떻게 해야 TBS를 살려주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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