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없이 조선 단독 인터뷰에 "가장 정권 친화 언론만" 기자들 성토
윤석열 신년회견 대신 조선 단독인터뷰에 출입기자들 "새로운 내용 없이 지난해 하던 얘기 반복" "신년회견 대신하는데 특정 언론사만 인터뷰하나" "심층 인터뷰인데 후속 질문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로 이를 대체하면서 대통령실 출입기자 등 기자들 사이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2일 1면부터 5면까지 윤 대통령 인터뷰 기사를 배치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부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했고, 2023년 신년사를 출입기자들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이어 신년기자회견을 대체하는 성격으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년기자회견 대신 조선일보라는 특정 매체의 질문만 받은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A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년 기자회견도 안하고 그 성격에 해당하는 내용을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대대적으로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며 “취임 후 첫 국내 언론 인터뷰인 만큼 언론사 선정 기준이 뭔지 공개돼야 하고 출입기자 간사단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여러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조선일보 질문만 받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B기자도 이날 미디어오늘에 “공동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가장 정권 친화적인 언론만을 데리고 두시간 인터뷰를 나눈다는 것은 아픈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인터뷰에서 소통강화 얘기를 하긴 했지만 누가 봐도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 중단 관련 질문에 “대통령은 국민 의견에 늘 귀 기울이고 국민도 대통령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하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을 강화하려고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 출입하는 C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일반적으로 어느 매체와 인터뷰할지는 대통령 선택사항이지만 (지금은) 통상적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며 “MBC 전용기 탑승 배제, 출근길 문답 중단,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가벽 설치, 신년 기자회견 보류 등 취재 접근 제한 조치의 연장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C기자는 “윤 대통령이 당장 할 일은 선별적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상징인 가벽부터 없애고 중단된 출근길 문답을 어떻게 할지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질문과 답변 내용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D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신년기자회견을 건너뛰고 대표적 보수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내용상 어떤 기대를 하기 어렵다”라며 “일방적으로 국정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진행된 인터뷰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비판적 문제의식이 기사에 담기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과 조선일보가 전반적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라도 대중적 문제의식을 담아 질문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그런 게 없다”고 평가했다.
D기자는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국정에 대한 비판적 얘기는 빼놓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만 장황하게 전달되는 셈”이라며 “이는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대중의 객관적 평가를 흐리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B기자는 “한 꼭지는 신변잡기로 채웠고, 두시간 정도면 심층 인터뷰인데 내용은 대부분 겉핥기에 불과했다”며 “사안별로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간 것도 아니고 지난해 오간 내용의 되풀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화두를 던졌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선거구제 개편 얘긴데 그것도 검토해보겠다는 수준이고 새로운 얘기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인터뷰를 조선일보 단독으로 할 만한 건지 모르겠다”며 “일부 날카로워 보이는 질문이 있더라도 후속 질문이 없는데 이건 듣기만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은 진짜 없는가’라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윤핵관이 누군지 모르겠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장제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구체적으로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물을 언급하며 질문을 하거나 ‘윤핵관’으로 불리는 이들의 주장을 전달하며 물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질문이 두루뭉술하니 답변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이다.
해당 기자가 말한 신변잡기는 조선일보 5면에 실린 “아내도 할 일 적지 않더라…겸손하게 잘하라고 했다”란 제목의 기사를 말한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활동에 대한 생각,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한 이야기, 윤 대통령의 체력 관리 이야기 등으로 기사 한 꼭지를 채웠다.
선거구제 개편 이야기는 윤 대통령이 소선거구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언급하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한 부분이다. 이 역시 대선 때 했던 주장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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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이 나왔어야 했나?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있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B기자는 “노동개혁에 대한 반대여론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고 반대 의견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교육개혁도 그렇다. 더 광범위한 문제이고 취학연령 하한 문제로 논란이 있었는데 저항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며 “연금개혁은 이전 정부에서도 하지 못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추진할지 질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D기자는 “외교 현안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동조하면서 중국과 관계는 ‘잘 해볼 수 있다’는 식의 막연한 청사진을 그리는 건 과연 현실적이냐는 질문”, “대통령이 기득권과 부패의 주체로 노동조합만 줄기차게 지목하는데 실제 현실에서 더 심각한 기득권 부패 세력으로 인식된 재벌 대기업 문제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 “대통령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노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이중구조의 본질적 문제인 원하청 다단계와 같은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 등이 있어야 했다고 했다.
또 D기자는 “가장 큰 현안인 이태원 참사 원인에 대해 심도있는 질답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론을 반박하는 답변만 받아서 실은 건 악의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선일보 인터뷰는 다른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평이 나온다. 국회를 출입하는 E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정치와 남북관계, 경제와 부동산, 3대 개혁과 외교 등 국민 삶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분야를 신년기자회견이나 대국민 담화 방식을 거치지 않고 특정 언론만 상대로 단독인터뷰를 강행한 점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형식적인 기자회견이라도 생방송으로 진행해야 하고 이를 국민들이 보고 ‘정책의 적절성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E기자는 “특정 보수 언론만을 상대로 인터뷰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다양한 논조를 가진 언론사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을 이제 듣지 않고 선을 그어버리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뒤 “윤 대통령이 국민들 생각을 일원론적으로 묶으려는 발상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가 자신의 입장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는 편협한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또 E기자는 “과거 조국 전 장관은 각본없이 새벽 2시까지 다양한 기자들이 가서 계속 질문하고 답했는데 그의 잘잘못과 무관하게 그게 정상 아니냐”며 “대통령은 일정이 많아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조선일보와 5면에 걸쳐 인터뷰할 시간이 있으면 다른 언론사들 질문 받을 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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