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 암 일으킨 옥수수 10년 간 먹은 한국 사람들
[서평]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최근 ‘웰빙’열풍이 불면서 필자는 매일 마시던 우유를 두유로 바꾸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GMO걱정은 미국에서나 하는 거라며, GMO 가공식품을 표시한다는 정부를 철썩같이(!) 믿고 말이다. 하지만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의 저자 김훈기 서울대학교 교수는 한국이 GMO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논의해도 늦다”
저자는 이미 한국은 GM 농산물 수입국 가운데 일본을 이어 2위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단적인 예로 소비되는 콩의 75%가 GM콩이다. 2012년 프랑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GM옥수수NK603이 각종 장기 기능 이상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는데 이 NK603은 바로 국내 소비자가 이미 10여년 간 먹어온 GM 옥수수였다. 시민들은 옥수수와 콩을 가공된 식품으로 섭취하면서 자신의 일상에 유전자조작식품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잘 모른다.
GMO 표시제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불가피하게 GMO가 섞인 경우 GMO 표시에서 면제해주자는 개념도 있다. 유럽연합은 0.9%, 한국은 3% 이하로 정했다. 국내에서 GMO 표시가 돼있지 않은 제품이라 해도 약간의 GMO는 섞여있을 가능성이 항상 있는 것이다. GM 콩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콩기름의 경우 이론적으로는 콩에서 지방 성분만 뽑아내기 때문에 유전자나 단백질을 포함되니 않아 표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콩기름의 부산물인 콩깻묵으로 간장을 만들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GMO의 위험성이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GMO에서 만들어진 정체를 알 수 없는 DNA 조각, 분해되지 않은 GMO 구조유전자가 독성이나 알레르기성을 발휘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독성 물질이나 알레르기성 물질에 대한 리스트에 없던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진다면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면밀한 독성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은 GMO 수출 강국을 향한 강한 포부를 발표했다. GMO가 국내에서 재배될 계획이 추진중이라는 사실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더 나아가 정부는 복제 동물을 식용으로 활용할 의지도 확고해 보인다고 말한다. 이미 1998년 12월 복제 소 ‘새빛’을 시작으로 복제 소를 계속 생산했으며 2000년 ‘가축복제연구센터’를 열었다. 많은 기형과 결함으로 안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복제 동물이 시민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까.
물론 사람들의 욕구와 인식은 각기 다르다. 특히 바쁜 현대인에게는 ‘무르지 않는 토마토’와 같은 식품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시민들 모두는 값 싸고 질 좋은(혹은 좋아보이는) 상품을 구매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은 GMO가 어떤 위험 요소과 영향력을 내재하고 있는지 모두 파악한 뒤에도 GMO식품을 집을까? 소비자와 국가가 보호해야할 시민들의 알 권리, 선택할 권리는 여전히 좁다.
한편 이 책에서 저자가 자세하고 친절하게 GMO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이면에서 산업과 국가의 작동하는 방식에 지면을 더 할애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필자는 풍부한 자료와 명료한 글쓰기로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조목조목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산업자본과 정부를 직접 비판하지 않더라도 독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할 여운을 남겨준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더 의미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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