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인된 박근혜 '생얼'… 스스로 자멸하나
[해설] 정수장학회 돌직구에 역사·언론관 드러내…언론문제는 나 몰라라
2012-10-24 정상근 기자
특히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조율된 것이 아니었고 이런 문제는 수차례 불거져왔다. 지난 번 당 내 파동으로 최경환 비서실장이 사퇴하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2선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박 후보를 위해 더 총대를 질 인물이 남아있는지도 의문이다.
박 후보로서는 기자회견 한 번으로 큰 역풍을 맞았다. 애초 박 후보 기자회견 전까지만 해도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그런데 왜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강공으로 나갔을까? 또한 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지닌 문제점은 무엇일까?
▷강공 나가도 이상 없다?= 논란을 감수하고도 박근혜 후보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에 대한 해석은 각 언론사별로 비교적 일치한다. 과거사 논란이 불거져도 박 후보로서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박 후보의 지지율은 이미 고착화돼 변함이 없다. 역사관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역사관에 대해 사과해도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실제 박 후보 측은 정수장학회에 대해 공세로 전환했다. 부일장학회를 빼앗긴 김지태씨의 동양척식주식회사 근무를 들어 친일논란을 점화했고, 야권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일장학금을 받았다”며 정치공세로 치부했다(이정현 공보단장).
▷왜곡된 역사의식, 야권 총공세= 반면 야권으로서는 호기를 잡았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 이후 연일 박 후보의 역사관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박 후보는 나중에 바로잡기는 했지만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빼앗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혀 사실관계 자체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법치주의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은 박 후보의 자질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진성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 대변인은 22일 “진실과 화해위원회, 법원의 판결, 국민 인식 모두 정수장학회는 군 쿠데타 세력이 강탈한 장물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강탈된 장물에서 숱한 편익을 얻어왔던 장본인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사실에 대한 왜곡된 태도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편협한 언론관, MBC 문제 어떻게= 더 큰 문제는 박 후보의 언론관이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일보는 자본이 980배 잠식돼 회생할 수 없는 부실기업”이며 “MBC의 경우 당시 라디오 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의 탄생 배경은 언론문제와 연결 짓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부일장학회 강제헌납과 관련해 “헌납이 권력기관의 강요에 의한 것인 이상 언론 3사에 대해 단순 재산권 침해에 머물지 않고 본질에 속하는 언론의 공공성 또는 중립성 등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의 이날 발언은 MBC, 부산일보 등에 대한 정수장학회의 개입을 단순히 재산권에 대한 문제로 치부한 것이다. 특히 최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이 MBC 민영화 문제를 두고 나눈 대화가 논란을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순수한 장학재단”으로 “내 소유물이라던가 나를 위한 정치활동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향후 MBC나 부산일보 문제도 해결될 여지를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정수장학회와 현 언론문제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22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수장학회의 자산이 MBC의 소유 지분 30%를 가지고 있고, MBC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 있는 상태인데다가 MBC 경영진과 최필립 이사장이 비밀리에 공모해 정수장학회 지분을 공개매각하려고 했다”며 “방송문화진흥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 뿐 아니라 (주식매각) 이득을 박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쓰려고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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