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 '휘청', 다급한 문재인은 호남으로
[분석] 안철수 컨벤션 효과 얼마나 갈까… 추석 이후 단일화 논의가 최대 변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18대 대선은 3자 구도로 짜여졌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25일 출마를 선언했고 통합진보당 탈당파인 새진보통합연대,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도 대선후보를 준비하고 있지만 3자 구도를 넘는 파괴력을 보이기는 어렵다.
3자 구도 재편 후 현 구도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요약된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경우 40대, 중도·무당파 측 이탈이 두드러지는데, 한겨레는 24일 <박근혜 지지했던 ‘중도·무당파’표 이탈 두드러져>제하 기사에서 “총선 이후 지속해오던 박근혜 독주구도가 깨졌다”며 “잠정적이나마 대선구도가 새롭게 정립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25일 <40대 표심, 안정에서 변화로 돌아서>기사에서 “여론의 방향타 역할을 해온 40대 표심이 지난 일주일 동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서 안철수·문재인 후보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고 분석했다.
이는 야권후보 등장에 따른 컨벤션효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컨벤션효과라고 할지라도 현재의 ‘박근혜 하락, 문재인·안철수 상승’ 구도가 추석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2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후보나 문 후보는 아직은 컨벤션효과가 꺼질 단계는 아니”라며 박근혜 후보가 조금 약세로 돌아서고 있고 야권에 두 후보가 강세로 가고 있는 이 흐름만 주목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각 후보 진영은 추석민심 잡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단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후보 측은 추석을 앞두고 후보를 선출하거나 출마선언을 했다. 컨벤션 효과를 추석 이후까지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노량진 고시촌 등을 방문하며 개혁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고, 안철수 후보는 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 묘소 등을 참배하면서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문 후보가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박 후보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신과 인혁당 등 박정희 정권 시대 벌어진 과거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이는 최근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전용 카드라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 한겨레는 25일 <‘아버지 과오’ 고개 숙인 박근혜…‘지지율 반전용’ 진정성 논란>제하 기사에서 “(박 후보가 사과한 날)도하 언론에 박 후보의 대세론이 깨졌다는 여론조사가 일제히 보도됐다”며 “사과가 지지율 급락에 대한 자구책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새누리당 안에서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보수논객 조갑제씨 마저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씨는 아버지를 옹호하고 그 평가를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어떻게 사람의 생각이 이 짧은 기간에 180도로 바뀔 수가 있는가”라며 “표를 얻기 위한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추석이후 민심 변화, 이에 따른 대선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 시점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인혁당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말한 시점과 겹쳐 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지층에서도 박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후보가 이날 사과한 것이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대로 사과까지 했던 박 후보의 기대와는 달리 추석 이후부터 향후 대선 정국은 야권단일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철수 원장은 단일화에 대한 명확한 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3자 대결 구도의 경우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타 후보 지지율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고 야권후보 단일화의 목소리가 높아 이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문재인 후보는 이미 향후 단일화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문 후보는 24일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는데, 이것이 향후 안철수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경향신문은 25일 <문재인의 단일화 포석은 ‘지지층 결집·민평련 중용’>제하 기사에서 이희호 여사 방문에 대해 “민주당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요청한 것”이라며 “야권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4면 <텃밭서 새는 뭉치표… 문, 호남 껴안기 고심>제하 기사에서 “각종 여론조사의 ‘야권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비슷하거나 뒤지고 있는 배경에 ‘호남의 선택’이 작용하고 있다”며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향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호남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껴안기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계인 민평련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도 민주당 인사들의 안철수 이탈을 막고 지지층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안철수 원장 측이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한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사무총장과 유민영 대변인도 김근태계로 분류된다.
어쨌든 대선 판도를 뒤흔들 단일화 정국에 돌입하면 이후 박근혜 후보 측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이 지점에서 24일 정우택 최고위원의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이 주목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서울시 교육감선거에서 보다시피 단일화는 결국 추악한 협작으로 끝났다”며 “앞으로 선관위에서는 단일화 과정에서 자리약속이나 권력배분, 이런 불법적인 요소들이 개입되는지의 여부를 유의주시해서 관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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