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정면반격, 장기적으론 손실?

[분석] 문재인 추격, 박근혜 지지층은 공고… "호감 있었지만 떨어졌다" 18.0%

2012-09-12     정상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그동안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들이 벌이는 검증공세에도 좀처럼 링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대변인격인 금태섭 변호사,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을 활용해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했지만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답변하는 식이었지, 기자회견 등의 정치적 행위는 삼갔다.

이번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협박 건에 대한 안 원장 측의 반응이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는 직접 정치권 한복판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금태섭 변호사는 정 전 위원의 행동에 선제적 폭로로 대응했고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을 사용했다. 안 원장이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대응방식이 의외라는 평가도 있다.

방식도 방식이지만 더욱 관심 가는 대목은 폭로의 시점과 내용이다. 금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민주통합당 광주·전남 지역 경선일에 열었다. 광주·전남은 민주통합당 내 가장 큰 기반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의 경선 파급효과는 전국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경선 당시가 그랬다. 결국 이날 민주통합당 경선은 안철수 원장 폭로에 묻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또 하나는 내용이다. 정 전 위원의 협박도 협박이지만, 금 변호사는 6일 기자회견 당시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후보 측 뿐 아니라, 새누리당, 사정기관을 움직이고 있는 정부, 일부 언론들 모두에 역공을 편 것이다.

이렇게 카운터펀치를 날린 뒤, 현재 안 원장 측은 다시 침묵에 들어간 상태이다. 기존의 방식대로 공식적인 대응보다는 언론의 질문에 금 변호사, 유 전 관장 등이 산발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 ‘한 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 측의 대응으로 ‘박근혜-안철수 구도’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이 기성정치식이라며 안 원장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폭로로 뇌물 의혹, 사생활 의혹 등이 도마에 올라 장기적으로 안 원장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안 원장 측의 폭로 이후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은 정 전 위원의 폭로 내용을 지면을 통해 전했다. 안 원장 측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목동 사는 음대 출신 30대 여성과 사귄다”, “산업은행 측에 뇌물을 줬다” 등의 미확인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일단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면 새누리당의 대응보다 안 원장 측의 공격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10일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 측 주장에 신뢰가 간다는 응답이 49.1%로, 새누리당 측에 손을 들어준 24.4%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중앙일보 10일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 측 주장에 대한 공감이 40.2%, 새누리당 측 주장에 대한 공감이 26.9%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이번 역공으로 안 원장이 이득을 봤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겨레는 10일 ‘이번 사태로 인해 안 원장에 대한 호감도 변화’여부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이전에는 호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떨어졌다”는 응답이 18.0%였던 반면, “이전에는 호감이 없었지만 지금은 생겼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1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야권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안철수 후보는 37.1%에 그쳐 39.5%를 기록한 문재인 후보에 처음으로 뒤졌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후보가 안 원장을 처음으로 앞섰다”며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 이후 안 원장에 대한 새누리당 지지층의 지지율이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이 여론조사만 보면 이번 폭로로 안 원장이 불리한 위치에 놓인 듯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일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여론조사만을 놓고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박근혜 후보 지지층은 공고하다는 점만은 공통적이다. 안 원장 측 주장에 국민들이 공감하지만, 박 후보 지지층은 여전히 공고하게 결속해 있다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때문에 이번 사태에 따른 득실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일보는 8일 <안철수, 박근혜 대항마로 부각…진실공방 땐 이미지↓>제하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폭로가 단기적으로는 안 원장 측에 일정한 득이 될 것으로 봤다”며 “반면 길게 보면 안 원장 측에 플러스만 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비정치 영역에 있던 안 원장이 도리어 기성 정치권의 프레임에 갇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겨레도 8일 <안철수의 반격…“이러고도 출마안하면 이민가야”> 제하 기사에서 “안 원장이 회견장에 직접 나와 밝힌 것이 아님에도 단박에 대선판이 ‘안철수 대 박근혜’로 좁혀지는 분위기”라며 “안 원장 쪽은 이날 회견이 대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박근혜 후보 쪽의 ‘검증 공세’를 안 원장 쪽이 정면으로 맞받아치면서 안 원장은 본인의 의지와 별개로 이미 대선판의 중심에 서 있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9일 <고비 때마다 반전 카드…안철수의 ‘타이밍 정치’> 제하 기사에서 “안 원장이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하지 못한 채 네거티브 싸움에 빠져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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