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멘붕 사설, 무엇을 말하려 하는 건가

[기자칼럼] 비판 대상 오락가락 "협박은 심각…안철수 사실이면 교수 관두라"?

2012-09-07     정상근 기자

7일자 발행된 중앙일보의 사설을 속된 말로 평가하자면 그야말로 ‘멘붕’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기 어렵다. 주된 내용은 금태섭 변호사에 ‘협박성 전화’를 건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에 대한 비판인 듯하지만, 정작 화살은 자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쪽으로 향한다.

사설의 시작은 간결하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치졸한 사건이 터졌다”며 “유력한 대선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이라고 말해 이 사설의 목표를 ‘안철수 불출마 협박’으로 분명히 잡았다.

또한 중앙은 “금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며 “전화로 ‘협박’했다는 사람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의 검증 담당 참모가 최대 라이벌이 될 출마 예정자의 비리를 들먹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신문은“내용도 저급하다”며 “뇌물과 외도”라고 밝혔다.

그러다가 중앙일보는 안철수 원장에게 의심의 눈길을 돌렸다.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도 놀랍다. 뇌물의 경우 정황과 시기, 받은 사람 성까지 나왔다. 외도 대상이라는 여성의 일부 경력까지 언급됐다”는 것. ‘안철수 불출마 압력’에 대해 비판하다가 뜬금없이 정준길 공보위원이 제기한 안철수 원장에 대한 의혹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은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안 교수는 대선 출마는 고사하고, 서울대 대학원 대학원장직부터 내려놓아야 할 정도”라고 비판한다. 사설의 주제가 협박이 갖는 심각성에서 ‘안철수 검증’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중앙은 “그런데 금 변호사가 안 교수에게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다”며 “사실이 아닐 경우 정준길의 전화는 있을 수 없는 정치협박”이라고 강조한다. 무엇을 지적하고 비판하려는 건지 도무지 알기 어렵다.

뒤로 갈수록 멘탈의 붕괴는 더욱 심해진다. 중앙일보는 “(정준길이)뇌물과 외도 얘기를 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협박’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중략) 해석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장 가운데 일치하는 부분만 보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선 사람이 상대방 후보에 대한 치명적 의혹을 주장하는 전화를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사실이지만 협박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문제는 심각하다’ 이게 무슨 말일까?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중앙일보는 이 사설의 끝을 안철수 원장 공세로 맺는다. 중앙일보는 “안 교수도 답답하다”며 “최근 온갖 의혹과 궁금증에도 안 교수는 대리인 뒤에 숨어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허무맹랑한 얘기라 해도 안 교수 본인이 나와 분명히 ‘아니다’고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출마여부도 빨리 밝혀야 한다”고 닦달할 뿐 아니라 “당당히 검증도 받아야 한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이제 진짜 정치인으로 공개적인 정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됐다.

중앙일보의 ‘멘붕 사설’은 왜 나왔을까? 안철수 교수는 물고 늘어져야겠고, 그러기엔 정준길 공보위원의 행위가 너무 기가 막히니 방향을 잡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이 같은 상황이 중앙일보가 예측 못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음을 반증한다. 결국 이 사설은 요즘 유행하는 KBS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개그인 ‘정준길 비판도 아니므니다. 안철수 비판도 아니므니다. 사설이 아니므니다’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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