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독자완주? 단일후보? 속 타는 민주당

부실한 문재인 대세론… "3파전에선 공멸" vs "야권연대 해도 안철수에 실익 크지 않아"

2012-09-05     정상근 기자

그런데 최근 안철수 원장의 독자행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연대대상이었던 야권 내부 사정이 흉흉하기 때문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금의 여론조사 가상대결은 두 후보가 어느 정도 이상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졌을 경우를 전제하고 벌이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상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이라는 야권의 한 축이 무너질 경우, 안 원장이 야권연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으로서야 민주통합당이 경선을 흥행시키고 후보를 선출한 뒤, 안 원장과 단일화 본선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성사되기 어렵다. 민주통합당 경선 자체가 ‘문재인 대세론’ 속에 좀처럼 불붙지 않고 있고, 당내 갈등이 폭발했으며, 최근 공천비리설 까지 나돌고 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기존 정치구도에 대한 불신임임을 전제하고 본다면, 안철수 원장이 야권연대 후보가 되어봐야 얻을 수 있는 표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또한 최근 정운찬 전 총리, 선진통일당 등 보수진영 3지대에서 쏟아지는 러브콜도 안 원장의 고민을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별도로 야권연대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우군을 많이 붙잡아 세를 불리는 방식밖에 남지 않기 때문.

그런 점에서 안 원장 측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가 2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상식적인 것만 동의할 수 있다면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과도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대목은 주목될 만하다.

이 경우 안철수 원장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민주통합당 현역 의원 중 대선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의원만 해도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한 의원은 “아직 자기의 본심을 대내외적으로 밝히지 않겠지만 안철수 원장과 물밑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가 3일 안 원장 핵심관계자 측의 말을 빌려 “안 원장이 독자노선으로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보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 측 대변인이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인했고 ‘핵심관계자’가 누군지 알 수도 없지만,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이란 공개적인 자리에서 “(안 원장이)독자적 정치 공간 확보가 자신의 역할을 찾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경우, 독자출마 가능성이 큰 상황을 (새누리당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 측이 독자후보로 완주하는 방안도 큰 모험이다. 독자후보로 갈 경우 제3의 후보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에서 대선 완주를 포기하는 방안이 있지만, 제1야당이 자당 대선후보를 내지 않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민주당 내부에서 계속 안 원장의 입당을 채근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4일 <P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원장이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라서 가타부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이 들지만 결국은 안철수 원장도 당에 흡수가 될 것이고, 내 생각에는 우리당 후보자가 된다. 그렇게 해서 박근혜 후보하고 경쟁하게 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의 정체성과 정책이 비교적 민주당과 유사하다는 점도 안 원장이 야권 단일후보를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3자구도로 갈 경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도 크게 벌어진다. 리서치뷰가 지난달 27~28일 벌인 조사 결과 3자대결의 경우 박근혜 후보가 42.3%, 안철수 후보가 30.4%, 문재인 후보는 22.7%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밖이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4일 P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3자구도로 대선이 치러진다면 박근혜 후보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며 “그러나 안 교수가 밝혀온 정치적 입장 등을 감안하면 야권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분들은 기성정당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사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독자출마가 정답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여론조사를 해보면 그 지지층의 상당수도 현 정당, 기성정당과 손잡는 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기성정당 없이 3파전으로 가서 안철수 원장이 이긴다라고 보는 건 여러모로 무리”라고 분석했다. 이어 “상당부분 독자출마의 여지를 가지고 있고 그런 분위기를 띄울 순 있겠지만 끝까지 가긴 어렵고 어느 시점가면 단일화를 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미디어오늘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