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양 구조작업때 과잉취재 눈살

보도보다`생명`우선하는`언론`없을까

1995-07-19     전진환/서울시 중구 예장동 8의19 서울예전





이번 삼풍백화점 사고 수습과정의 지휘 체계에 대한 비난이 언론의 입으로 빗발쳤다. 그러나 기자들의 취재 태도와 방식은 과연 적절했나.

삼풍백화점의 취재 열기는 실로 대단했다. 그리고 보도가 구조를 위해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기자들의 열정이란 마치 생사가 보도에라도 달린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현장구조봉사를 하던 본인이 바라본 기자들의 취재 행동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이 대체 생명을 구하는 것이 우선인지 보도가 우선인지를 구분할 줄 모르는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오후 B동 지하 1층 빵가게의 어딘가에 갇혀 있던 이은영양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합판을 아주 잠시 힘겹게 긁어줬다. 그 소리를 들었지만 좀더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기에는 미약했고 짧았으며 현장은 좁았다.

그런데 그 때 빵가게로 TV 카메라 기자들이 취재를 하기 위해 들어왔다. 얼마 후 빵가게 밖의 주위에는 기자들로 가득찼다. 그 곳은 소방대원, 군인, 민간봉사자들로 빽빽한 상태였다.

은영양이 밖으로 구출되어 응급차로 가기까지 신속성이 필요했기에 불필요한 인원은 나가달라는 소방대원의 요청이 계속됐으나 통제는 완전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 군 지휘관은 통제를 위해 필요하지만 군인 모두 좁은 현장에서 나가자고까지 했다.

그렇게 혼잡한 상황때문에 취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함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좀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들것이 나갈 방향을 막고 서서는 은영양이 나올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취재전쟁이었다. 인명보다 보도 그 자체가 중요한 기자들….

안에서는 은영양을 응급조치하고 있었기에 조용한 가운데 협조를 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장의 소음을 방불케할 정도였다. 밖으로 은영양이 나오자 기자들은 뒤엉켜 소리소리를 질러가면서 취재를 했다. 과연 그 때 그 곳에 있었던 기자들은 은영양의 소생보다 중요한 게 있었단 말인가.

이제 은영양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은영양과 같은 20대에 살아있는 본인의 가슴은 찢어질듯 아프다. 살아있는 자로서 죄책감마저 든다. 그토록 살아나기위해 애썼건만…. 은영양은 하늘에서 누구를 탓하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