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자사 촛불보도 비판 기자 재계약 안해

회사쪽 "업무능력·됨됨이 등 종합해 판단"

2008-09-08     안경숙 기자

지난 5월 촛불정국 당시 자신의 블로그에 소속사인 중앙일보를 비롯해 조선・동아일보의 보도를 비판했던 기자가 최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006년 8월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에 온라인 경력기자로 입사한 이아무개(28) 기자는 지난달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이 기자와 함께 입사한 2명의 기자는 조인스닷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기자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지난 5월 이 기자가 블로그에 썼던 글 때문일 것”이라며 “보복인사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기자는 5월29일 촛불집회에 다녀온 뒤 자신의 블로그에 <중앙일보가 기록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촛불집회를 두고) 좌파 세력이 배후라거나, 10대와 20대의 철부지 짓이라고 매도한다면 그건 결코 온전한 진실이 아닐 것”이라며 “내가 몸담고 있는 중앙일보가 최근 기록한 것과 민심은 다시는 맞닿을 일이 없을 것처럼 멀어지고 말았다” “지난 한 달여간 조중동의 보도가 다분히 당파적이고 냉소적이었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안다”라고 비판했다.

당시 이 기자의 블로그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편집국 간부는 이 기자를 불러 훈계했으며,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 기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쪽 관계자는 “업무 능력과 됨됨이 등 여러 가지로 판단했다”며 “본인은 재계약이 안 된 데 대해 억울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체 구성원들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의 한 기자는 “촛불정국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 어떤 기사를 써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중앙이 가는 방향이 옳은지 등에 대해 많은 논의와 토론이 있었는데, 그러한 과정에 없었던 이 기자가 사정을 잘 모르고 그런 글을 썼다며 내부 기자들이 많이 섭섭해했다”고 전했다.

한편, PD저널에 따르면 이 기자는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으며 이런 방식이 노동법에 어긋날 뿐더러 맞지 않다”며 “나와 같은 나쁜 선례가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중앙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지는 이 기자의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아래는 이 아무개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5월 30일에 올린 글 전문이다.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yiyoyong&folder=12&list_id=962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