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위대한 수업' 아냐" EBS 시청자 비판 왜?
더빙 방송 '시청자 의견' 이유로 중단 시청자게시판 등에 반대 의견 속출해 시청 약자들의 방송 접근권 악화 우려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으로 호평을 받아온 EBS ‘위대한 수업-그레이트 마인즈’가 시청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어 더빙을 중단하면서 시청 약자들의 접근권이 약화됐다는 이유다.
EBS ‘위대한 수업’은 그동안 본방송을 한국어 더빙판으로, 온라인 다시보기는 더빙판이나 자막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왔다. EBS가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공동 기획한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계층 간 지식 격차가 심화하고 SNS를 통해 가짜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대중적으로 보급해 방송과 랜선으로 ‘지식의 민주주의’ ‘교육혁명’을 구현한다는 목표”라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더빙 방송은 중단됐다. EBS는 지난달 28일 “작년 8월 첫 방송 이후 더빙 대신 강연자 목소리(원어)로 듣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위대한 수업은) 더빙 방송에서 자막 방송으로 변경된다”고 공지했다. 더빙과 자막을 모두 이용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에서 더빙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EBS 결정에 더빙판 중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청자는 17일 시청자 게시판에 “시각 장애가 있거나 빠르게 지나가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더빙이 꼭 필요하다. 하물며 현 시대 최고 지식인들의 강의를 TV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귀한 프로그램이 자막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전해지지 못하고 정보 습득 격차가 생긴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차별과 격차, 인권에 대해 논하는 철학자와 지식인 분들을 모셨으면서 정작 차별을 만들어내는 이런 방침에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더빙이 없으면 더 이상 위대한 수업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BS의 올해 주요 추진 과제에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교육 회복 및 교육 격차 해소 △중·노년층 및 사회적 소외 계층 콘텐츠 강화 등이 명시돼 있다고 꼬집은 시청자도 있었다. 이 시청자는 “EBS가 2022년 경영 목표와 추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실 수 있기 바란다. 이를 근거로 ‘TV 수신료 정상화’를 이루기 바란다”면서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달성 못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EBS는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17일 EBS에 더빙판 제공을 중단한 이유, 더빙판 재개 계획 등을 물었으나 구체적 답변은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