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2500원→3800원' 수신료 인상안 국회에 넘긴다 

29일 검토 의견서 의결…회계분리제도 도입, 수신료위원회 필요 등 강조  "공영방송이 추진해야 할 공적책무 우선순위, 충분한 사회적 논의 필요"

2021-12-29     정철운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KBS‧EBS 수신료 조정안 검토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앞서 KBS 이사회는 6월30일 월 2500원의 수신료를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현 3%인 EBS 몫의 수신료는 5%로 확대했다. 수신료 조정안은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서 의결해야 한다. 방통위는 29일 전체회의에서 인상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안건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이날 공개한 ‘수신료 조정안 의견서’에서 “공영방송이 추진해야 할 공적책무와 우선순위, 또는 그 선정방식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공영방송의 분야별 콘텐츠 제작 투자방향, 즉 뉴스․시사, 교육․교양, 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한 자원배분을 결정하는데도 우선순위가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부문에서 제작하는데 문제가 없는 상업적 성격의 프로그램을 공영방송이 꼭 제작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한 “명예퇴직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면서 “KBS는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일반기업의 통상적인 수준을 상회하는 경영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수신료 조정을 위해서는 수신료의 쓰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면서 “회계분리제도 도입 등 회계 투명성 제고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수신료 결정 절차 구성에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책임 있게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신료위원회 구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방통위는 나아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과 수신료 수준에 대해서는 정기적(3년 또는 4년 등)으로 검토해 확정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수신료와 물가를 연동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이날 전체회의에서 안형환 상임위원은 “KBS 대하드라마 ‘이방원’을 시청했다. 2016년 ‘장영실’ 이후 5년 만의 KBS 사극인데 제작비 때문인지 초라한 전투장면과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편당 제작비가 22억~28억이라고 하는데 ‘이방원’ 제작비는 편당 6~7억 정도라고 한다. 대하사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OTT로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를 충족시킬 수 없는 KBS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수신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그러나 “인상을 위해서는 공영방송의 정의‧역할‧기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당장 급하다고 올리면 또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면서 “수신료는 정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신료 공론화위원회에서 지적했던 공정성‧신뢰성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돼야 한다. 코로나 국면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며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앞서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5월 국민참여단 2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으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56%로 나타났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의견서를 보면) 수신료 현실화라는 용어로 포장한 수신료 인상안을 방통위가 동의한 것처럼 오인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효재 위원은 “KBS는 인건비 비중이 재원의 36.8%다. MBC는 21.7%고, SBS는 15.1%”라고 했으며 “1988년 13.7%였던 2직급 이상 고액연봉자 비율은 56.5%다. 직원보다 간부가 많다”면서 “논의에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의 방만 경영” 해결을 전제로 수신료 현실화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반면 김현 부위원장은 “40년간 동결된 수신료로 KBS가 제대로 된 공적책무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공영방송이 권력으로부터 좌지우지되는 시대는 없어야 한다. 이는 재원 구조가 안정적일 때 가능하다. 국민과 함께 거듭나는 공영방송이 되려면 재원구조 안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K-콘텐츠 관심이 높은데 KBS는 왜 못하냐는 국회 지적도 있다. K-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수신료 조정안은 반드시 심도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공적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수신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수신료 문제는 결국 국민적 공감대와 동의를 얻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감대 형성은 공영방송 스스로 투명성을 제고하고 적극적 개혁과 자구노력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1세기 수신료 인상안은 2007년‧2010년‧2013년 등장했으나 모두 국회에서 폐기됐다. 2020년 기준 KBS 재원구조는 수신료 47.3%, 광고 16.1%, 기타 36.6%다.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수신료 비중은 58%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981년 당시 수신료 2500원은 지금 가치로 약 629원이어서, 수신료는 실질적으로 1/4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수신료는 1993년부터 전기세에 통합징수되며 ‘준조세’로 인식되고 있다. 당시 KBS는 1TV 상업광고를 포기하는 대신 징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택해 수신료 인상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