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원전 줄이기도 성인지 사업일 수 있다

2021-06-20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람은 멀티를 잘 못 한다. 한 가지 가치만 맞으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도 많은 가치가 뒤엉켜 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멀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멀티를 하도록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6월13일자 중앙일보 단독 보도다. “원전줄이기가 성인지 사업? 서울시 황당 분류”라는 기사다. 원전줄이기, 교통사망사고 줄이기 등은 성인지 사업이 아닌데 서울시가 황당하게도 이를 성인지 사업으로 분류를 해놓았다는 보도다. 

▲ 성인지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예산 규모를 지출하는 규모처럼 잘못 쓴 기사

 

또한, 기사에서는 교통사고줄이기 사업이 왜 성인지 예산이냐는 비판을 했다. 서울시 성인지예산서를 통해 교통사고줄이기 사업 평가를 보면 “사업수혜 대상이 불특정다수”라는 한 줄이 전부다. 사실상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성인지 예산서 전부다. 그런데 혹시 교통사고도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얼핏 통계를 보니 주행거리가 같다면 여성 운전자 사고 비율이 남자보다 조금 더 높다. 반면, 사망사고는 남자 운전자 비율이 더 높다. 이렇게 교통사고가 성별에 따라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면 성별에 따라 교통사고 대응 매뉴얼도 조금 다르게 하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교통사고줄이기 사업이 성인지 예산이어서 황당한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줄이기 사업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해 놓고도 제대로 된 성인지관점으로 분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일 수도 있다.

기자도 사람인 이상 멀티를 잘 못 한다. 한쪽 논리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 방향 대로만 기사를 쓰고 싶은 충동이 든다. 서울시 결산검사의견서가 원전줄이기 사업 등을 지적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기사로 쓸 때는 다양한 의미와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할 필요가 없는 사업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 심층적 성인지적 관점 분석이 필요한지 양쪽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각각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물론이다.